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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고/m.net

[m.net/한장의명반] 하울 2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by 하와이안걸 2008. 5. 20.




하울의 움직이는 美성



자신의 곡보다는 드라마 수록곡으로 더 빨리 기억되는 가수 하울의 2집이 발매되었다. 앨범타이틀이자 1번 트랙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들으니 활동을 쉬는 동안 그가 품은 커다란 세계가 느껴진다. 에스닉 퓨전 그룹 두번째달의 리더 김현보가 작곡한 이 곡은 이국적인 온갖 악기들의 향연과 가사 없이 허밍으로 이어지는 하울의 보컬이 예사롭지 않은 포스를 뿜어낸다. 인트로만 들었을 때는 하림이 새 앨범을 냈나 싶을 정도.

 

바로 이어지는 'Les Amante' 역시 김현보 작곡으로 아코디온과 콘트라베이스의 어울림이 이국적이면서도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곡이다춤을 추는 듯한 기타 연주를 비롯해 사랑스러운 가사를 두 옥타브로 나누어 부르는 그의 목소리, 그리고 마지막에 쏟아지는 경쾌한 합창이 마치 파리의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을 본 듯 인상적으로 남는다. 타이틀곡 'Good-bye Day (외로움은 안녕!)' 'Good-bye Lonely Day'의 준말로 솔로 탈출을 외치는 내용의 곡이다. JYP 수석 프로듀서 권태은장준호가 함께 작업한 곡이지만 이들이 만들어낸 JYP 소속 가수들의 곡을 상상하는 것은 금물. 제이의 낮은 내레이션과 90년대 드라마 주제곡을 듣는 듯한 촌스러운 도입부는 클라이막스로 가기도 전에 식상함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푸근하게 다가오는 신디사이저 멜로디와 편안한 리듬은 토이의 '뜨거운 안녕'이 생각날 정도로 괜찮다'돌아온 오빠'에 감격한 누나팬들의 마음까지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윤지웅
작곡의 '소년, 소녀를 만나다'는 봄날에 어울리는 시원하고 상큼한 보사노바 풍의 노래. 들으면 들을수록 그가 부러워한다는 성시경의 고음과 무척이나 닮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마침 장르도 같은 그의 히트곡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가 절로 떠오르는 곡이기도 하다. 한상원 작곡의 'Ciao! Let's Go!!'는 연인과 떠나는 첫 여행의 설렘을 그린 곡으로 빠른 비트를 타고 흐르는 하울의 깨끗한 음성이 돋보이는 트랙이다. 역시 한상원이 작곡한 '사랑아 추억아'박지윤, 주진모 주연의 SBS 드라마 [비천무] OST 에 수록되었던 곡. 드라마의 추락과 함께 묻히는가 싶었는데 이렇게 다시 빛을 보게되어 반갑기만 하다. 가성과 진성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보컬리스트 하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곡으로, 그냥 신곡인 척 하고 발라드 타이틀로 밀어보길 내심 바라본다.


 

또 다른 발라드 곡인 '우리가 사랑했다면' 2007 9월에 발표한 디지털 싱글에 수록된 곡으로 안영민이 작곡을 했다. 전주의 멜로디언 선율과 스트링 세션이 묘하게 반복되는 흔한 발라드 스타일로 이번 앨범 컨셉과는 살짝 동떨어진 느낌. 이 싱글에 함께 수록되었던 소닌(성선임)과의 듀엣곡 '사랑이야기'는 알려진 바와 같이 글렌 메데이로스(Glenn Medeiros)와 엘자(Elsa)가 함께 불렀던 'Love Always Finds A Reason'을 리메이크 한 곡. 소닌의 솔로 부분에서는 우려했던 것보다는 발음이 좋아 다행스럽긴 하지만, 살짝 뽕끼가 느껴져 아쉽다. 조금만 어리게 불렀으면 좋았을 걸옛날 곡을 너무 알앤비 필로 부르다보니 그런 듯재일교포 3세 가수인 소닌에 대해서는 한 번 쯤 검색을 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한데, 이번 기회를 빌어 그녀의 한국 활동에 물꼬가 트이길 기원해본다.


 

한 달 동안의 일본여행기를 담은 사진집 형태의 이번 앨범은 한 술 더 떠서 서점에서도 판매가 된다고 한다. 서점에서 사면 시디가 부록인 것이고, 레코드샵에서 사면 그의 사진과 글이 보너스인 셈. 일본여행이 주된 테마인 그의 ''에서는 마치 여행 블로그를 보는 듯 흥미롭지만, 음악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작곡가와 나눈 대화 등에서는 부클릿이 알찬 '시디'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진짜 '시디' 그 자체. 그리고 매 곡 마다 어떻게 불러야 가장 듣기 좋을지를 꾸준히 연구한 듯한 그의 좋은 목소리다. "목소리가 매력이 없으면 흥미를 잃고 만다"는 그의 이야기가 결코 헛되지 않은 앨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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