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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고/m.net

[m.net/한장의명반] 김진표 5집 [Galanty Show]

by 하와이안걸 2008. 6. 3.



3
회 초 동점 2루타

 

4 [JP 4]이 발표된지 5년만에 그의 신보 [Galanty Show]가 발매되었다. 공교롭게도 결혼 후, 이혼 후, 재혼 후 첫 앨범이 되는 이번 5. 앨범마다 꼬박 챙겨들었던 나의 충성도와는 별개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나 같은 이를 욕하는 트랙도 있어서 움찔하긴 했지만;;; 댓글은 단 적 없으니 용서해 주세요. (추천도 누르지 않아요 ㅠ.) 앨범 타이틀과 함께 가는 타이틀곡 '그림자 놀이'는 심플해진 반주 속에서 또렷하게 들리는 그의 랩과 바비킴의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여럿이 부른 듯 포개어진 랩이 가리키는 것은 아무도 해결해 줄 수 없는 인간의 외로움. 어딘가 익숙한 리듬이 1집의 '아무 누구'가 생각난다 싶었는데, 이의 속편이라고 한다. 갑자기 빨라지는 리듬과 바비킴의 노래가 본격적으로 합쳐지면서 이 곡이 왜 타이틀곡이 되었는지 납득이 가기 시작한다.

 

그의 앨범에 언제나 들어있는 희망가. 이번에는 '역전 만루 홈런'으로 팬들에게 안긴다. Feat. 진호라길래 SG 워너비의 김진호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연애시대] OST에서 '만약에 우리'를 불렀던 그 고운 목소리의 주인공 '진호'. 이렇듯 달콤한 보컬에 부드러운 클라리넷 연주가 곡을 한층 부드럽게, '인생이란 게임에 역전 만루 홈런을 때리자'는 긍정적인 가사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여행의 설레임을 담은 '두근두근'은 그와 찰떡 궁합인 박정현이 참여한 트랙. 서로가 서로의 팬인 그들의 만남 만으로도 충분히 가슴이 떨리는데 제목 마저 '두근두근'이라. 초스피드의 김진표의 랩과 힘을 쪽 뺀 박정현의 살랑거리는 보컬, 그리고 이번에는 브라스가 가미되어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곡이 탄생되었다.

 


제목부터 불안한 두 트랙 중에서 '지읒오 지읒에 쌍기역 아'는 그의 참았던 화가 폭발하는 듯한 트랙. 저 제목이 그대로 후렴구에 옮기길래 조합;은 하지 않는구나 싶었는데 웬걸, 그냥 바로 질러 버리신다. -.-;;; 무책임한 인터넷 세대를 한탄하는 내용의 곡으로 사이버 DJ 윌슨이 떠오로는 변조된 목소리와 타이핑 소리가 소름끼친다. 설마설마 했던 트랙 '붕가붕가'는 그의 새 신부 윤주련과의 러브러브한 대화로 시작한다. 그 뒤로 이어지는 그의 민망한 고백들은 밝고 경쾌한 멜로디로 어느 정도 상쇄되지만, 뒤로 갈수록 커지는 윤주련의 리얼한 '꺄르르'는 가요에 삽입된 그 어떤 콧소리, 신음 소리를 다 눌러버릴 정도로 강력하다. 대단한 발상이군!

 

요즘 제 3세계 스타일이 가미된 랩이 트랜드인지 그의 새 앨범에서도 새로운 리듬이 자주 발견된다. 쇼바이벌의 히로인 베이지가 보컬에 참여한 '나의 주먹'은 남미 스타일이라면, 바이올린 연주가 인상적인 '방황하는 로맨티스트'는 러시아 집시 음악을 모티브로 한 곡. DJ Wreckx 의 스크래치가 돋보이는 '모럴헤저드 로맨스'에서는 강렬한 트랜스 사운드가 가사의 우울함을 배가시키며, 정말로 춘향가의 한 소절로 시작하는 '업고 놀자'는 랩과 판소리의 결합을 꾀한 곡. 그 외에도 이하늘, 리오, 리사, 다이나믹 듀오 등 참여진만 봐도 호기심이 상승되는 트랙 '폼나는 대로', 정인의 소울 넘치는 보컬과 리쌍의 길의 랩이 슬픔을 더하는 '아직, ...', 한 여자 연예인의 비참한 최후를 그린 '날 찾지 마세요' 등이 수록되어 있다.

 

서른 한 살 인생의 굴곡을 빠르게 읊은 첫 트랙 '시작'과는 달리 고양이와 함께 한 마지막 트랙 '아쉬운 노래'에서는 조금 더 유해진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인간 김진표와 랩퍼 JP를 모두 만날 수 있는 인트로와 아웃트로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면 바로 자신의 음악을 두고 힙합이냐 아니냐를 논하는 이들을 향한 대답이다. 언제나 즐겁고 심각하게 꿈을 이야기하는 '이야기꾼'이고 싶다는 그의 소망,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해 주는 그의 사랑이 더 이상 다치지 않기를 바란다. 결혼과 함께 더 밝고 선명해질 그의 사랑 이야기를, 더 빨리 듣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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