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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고/m.net

[한장의명반] 알렉스 : 1집 My Vintage Romance

by 하와이안걸 2008. 6. 17.



알군을 키운 팔할은 사랑!

 


한참 재밌게 보던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빠진 것도 솔로 앨범, 라디오 '푸른 밤' 후속으로 바로 나서지 못한 것도 솔로 앨범 때문이었다. 아무리 알군의 인기가 상한가여도 TV와 라디오를 낙으로 삼은 언니들에게 이러한 태도는 분명 마이너스다. 돌아온 알렉스-신애 커플이 생각보다 환대받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플럭서스의 뮤지션들이 한 곡씩만 던져줘도 기본 이상은 해 줄 앨범이니일단 들어나보고 원망해야지 어쩌겠나. 어쨌든 그 대단한 솔로 앨범이 드디어 나와주었는데, 타이틀곡은 생각보다 심심하다. 러브홀릭의 이재학이 작곡한 심플한 발라드곡 '그대라면'. 알렉스의 특징도, 이재학의 특징도 살아있지 않아 다소 아쉽다. 무엇보다도 버터 느낌의 알렉스가 전하는 '그대 위해 ㅇㅇ하겠소'가 너무나도 어색스럽다. 

 

꼭 발라드를 타이틀곡으로 했어야 했다면 아래 곡들이 어땠을까. 80년대 팝 발라드 느낌이 물씬 나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역시 이재학의 곡. 복고풍의 키보드 연주와 스네어 드럼 사운드의 반복, 그리고 그 위를 둥둥 떠다니는 알렉스의 에코 띄운 목소리가 푸근하다. TV의 영향인가. 마치 '우리 결혼했어요'의 알-신 커플의 이야기인 듯 싶어 리얼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화분'강현민이 작곡한 '연인'은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고마움을 그린 곡으로,무뚝뚝한 말투에 아아아~ 코러스가 촌스럽게 느껴지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찡하게 와닿는다. 스웨터의 이아립이 작사를 하고 마이앤트메리의 한진영이 작곡한 '데이지'는 이러한 발라드에 조금 더 비트를 더한 모던락 스타일로, 뒤로 갈수록 애절해지는 그의 청아한 보컬이 돋보인다. 설렘을 주었던 첫 트랙 '어느새'는 놀랍게도 클래지콰이의김성훈(DJ Clazzi)의. 절절한 목소리로 첫 인사를 하는 듯 싶더니 어느 새 고양이처럼 훌쩍 한 옥타브나 뛰어올라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는 것이 그의 가장 큰 장점인 듯. 재즈 발라드인 'Daydreaming' 또한 김성훈 작곡인데 예상치 못했던 어쿠스틱함으로 두 번 놀라게 한다.


 

새로운 장르의 곡들 또한 알렉스의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콘서트 때마다 우정의 무대;를 선보였던 마이앤트메리의 정순용이 참여한 '넌 언제나'는 밴드 특유의 세련된 경쾌함이 돋보이는 곡.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가 작사, 작곡, 랩을 맡은 '깍지껴요' 역시 장르를 바꾼 훈훈한 작업송. 'take my hand' 가 '깍지껴요'로 바뀌다니, 역시나 실전에 강한 그들의 해석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누구인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블랙 보컬의 Come With Me 는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들며, 개코의 친근하면서도 나긋한 랩 또한 매력적이다. W배영준이 만든 'Waltz Lesson'은 제목 그대로 따뜻한 왈츠곡. 중간 부분,웃음 참으며 노래하는 대목에서 살짝 찌릿한 것이, 녹음실 밖에서 신애가 보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리얼하다. W김상훈이 작곡한 'Miss. Understand'는 오버 그라운드로 진출한 사이먼 도미닉(Simon Dominic)의 멋진 랩을 만날 수 있는 곡. (영어랩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트럼펫 연주자 이주한이 만든 'Feel Like Making Sunshine'는 한글 가사와 영어 가사를 한 줄 씩 섞어서 부르는 전개가 새롭다. 스트링과 디스코 리듬이 어우러진 세련된 소울풍으로 그가 가장 좋아한다는 스티비 원더가 생각나는 곡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마치 '여가수들이 부르는 이재학 곡' 같이 풋풋한 '기분 좋은 날', 스트링이 특히나 아름다운 발라드 '발끝을 적시는 눈물', 블루스 춤곡으로도 어울릴 듯한 로맨틱 발라드 '사랑하오' 등이 수록되어 있다.플럭서스 소속 뮤지션들이 잔뜩 참여한 이번 앨범에서 재미있는 사실은 호란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 점. 이바디 앨범에서도 알렉스가 끼어들 틈은 어디에도 없었듯이 말이다. 6년 동안 서로의 곁을 지키던 자신의 지난 이미지를 애써 지우려 하는 모습인 듯 싶다. 처음부터 함께 호흡을 맞추는 남녀 듀엣곡 조차 없는 것을 보니 말이다. 남자 둘이 함께 부른 '아이처럼'이 더욱 강력한 효과를 냈기 때문일까. 다양한 캐릭터의 남성 뮤지션과 어울려 랩으로, 재즈로, 팝 밴드로 사랑을 전하는 그가 달리 보인다. 과연 그 시너지 효과에 돌아선 여심이 흔들릴 지는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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