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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고/m.net

[한장의명반] 자우림 : 7집 Ruby Sapphire Diamond

by 하와이안걸 2008. 6. 17.




당신들의 축제가 우리에겐 뮤지컬

 


10년 전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올해 들어 유난히 10년차 뮤지션들이 많은 듯 하다. 한국의 대표 모던락 밴드 자우림 또한 새로운 10년을 향한 첫 걸음을 7집 새 앨범으로 힘차게 내딛었다. 그들의 앨범은 짝수와 홀수로 나뉜다고 하는데, 그 법칙이 유효하다면 이번 앨범은 가볍고 찰랑거려야 맞다. 그래서인지타이틀곡 'Carnival Amour'에서는 현란한 빅밴드와 카랑카랑한 김윤아의 보컬이 무지개처럼 빛난다. 남자 목소리까지 척척 소화하는 김윤아의 다채로운 보컬에 5집 타이틀곡 '하하하쏭'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고보니 같은 앨범에 수록되었던 '17171771'과 비슷하다는 제보로 게시판이 들썩이던데비슷한 멜로디가 확실히 있긴 하지만의도적인 차용이 아닐까 싶다. 자기 자식을 몰라볼 리도 없고...

 

밝은 곡들이 많아서인지 벌써부터 후속곡을 곁눈질하게 된다. 김윤아 작사 김진만 작곡의 '20세기 소년소녀'는 최근 트렌드인 80년대의 향수를 멜로디가 아닌 가사로 재현해 낸 곡이다. 만화와는 달리 곡은 무척이나 경쾌하며, 제목 그대로 20세기를 소년 소녀로 살았던 그들의 또래 문화를 추억하고 있다. 김윤아 작사 작곡의 첫 트랙 'Oh, Honey!'는 처음 들었을 때 타이틀곡이라고 착각했을 정도로 자우림 표 모던락에 가깝다. 마침 가사에도 루비, 사파이어, 다이아몬드가 모두 등장하니 말이다밝고 경쾌한 리듬에 알 듯 말 듯한 노랫말은 화려한 뮤지컬의 서막을 알리는 듯 흥미롭기만 하다. 이어지는 '幸福한 王子' 역시 김윤아 작사 작곡으로 전혀 김윤아 같지 않은 목소리로 시작한다. 뒤로 갈수록 점점 힘이 들어가는 보컬의 변화가 인상적이며, 이 곡 또한 '이거다!' 하고 단정지을 수 없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 가사 하나로 수 많은 동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로. 언제 자우림 백일장 한 번 했으면 싶다.             

 

 

김윤아 작사 작곡의 'Something Good'는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니 늘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내용의 곡. 어느 순간 당당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는 그녀에게 부러움이 생겨버릴 정도로, 김윤아의 목소리에는 진심어린 행복이 묻어난다.이선규 작곡의 'Drops'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아내는 향긋한 '드롭프스'의 이미지를 그대로 담고 있다. 키치스러운 반주에 맨 끝까지 완전 귀여운 목소리로 화이팅하는 김윤아는 홍대의 어린 여자 보컬들에게 뒤지지 않는 매력을 발산한다. 'Kiss Me'의 전주와 살짝 비슷해 귀가 펄럭거렸던 '27'는 슬픈 표정의 여인에게 '행복한 당신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하는 내용의 곡. "당신을 흠모해 온 내가 여기 있으니 마음을 열라"는 이성의 사랑과는 다르게 느껴져 새롭다. 마치 프리허그를 노래로 만든 느낌이랄까? 이렇듯 높은 차원의 위로와 사랑으로 보이는 건 가사의 주인공도 여자, 노래 부르는 사람도 여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헉!!! 그런데...기사를 검색해보니 이 곡은 이선규 27살 때, 빵집 여자를 사랑했던 기억을 더듬어 쓴 곡이라 한다. (연애 감정이었구먼;)반면에 '반딧불'에서는 여름밤의 로맨틱한 사랑 노래다 싶었는데, 멤버들끼리 함께 갔던 여행을 떠올리며 만든 곡이라고 한다.

 

아무리 홀수 앨범이라고 하지만 그들의 우울한 정서는 이번 앨범 안에서도 그대로 살아있다. 김윤아와 이선규의 듀엣곡인 '옛날'은 곡의 느낌만으로도 무중력 상태에 둥둥 떠 있는 표정없는 두 남녀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곡이다무기력한 목소리로 '그냥 누워있을 뿐'이며 '꿈은 꿈일 뿐'이라 반복하는 이 두 남녀는, 도대체 왜 그러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거부한다. 이 외에도 '야상곡'을 리메이크한 박지윤이 잠깐 등장하여 반가움을 주는 'The Devil', 루저로 완벽 변신한 이선규의 보컬이 신선한 'Poor Tom' 등이 수록되어 있다. 마지막 트랙인 'Blue Marble'에서는 무너져가는 지구를 생각하며 기도하는 그녀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마지막에 외치는 '아멘'의 반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우정이라고 생각했던 '27'에는 사랑이 숨어있었고, 뜨거운 사랑이 후끈 전해졌던 '반딧불'에는 멤버들간의 푸르른 의리가 녹아있었다. 선규의 사랑 이야기인데 작사는 김윤아, 단합 엠티의 기억은 끈적이는 재즈로 묻어나온다. 자우림의 힘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힘들게 작사 작곡 정보를 뒤질 필요가 없는, 누가 누구였어도 크게 상관없을 정도로 닮아버린 네 사람인 것이다. 이들 스스로가 가장 균형잡힌 앨범이라 평가한 이번 7집. 어느 시점에서 그들의 앨범을 멈추었던 간에 꼭 한 번 들어봐야 할 앨범임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듣고나면 느낄 것이다. 팀웍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애 만큼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적어도 10년 이상 같은 일을 해야할 사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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