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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12-2013, India

Day 23 : 굶주린 영혼들

by 하와이안걸 2012. 12. 17.

2012.12.16. 일요일.



0.
오늘은 한인 교회 가는 날.
샨 티처의 청을, 또는 한국식 부페 상차림을 거절하지 못한
열 두명의 굶주린 영혼들이 아침부터 모였다.
노래 연습을 해오라고 했단다. 아무 노래나 좋으니까 부담없이.

거절 못하는 사람들만 모인 자리라 어쩌지 못하고
할 수 없이 30분 만에 고요한 밤 거룩한 밤과 징글벨을 연습 (아놔;)
인생, 공짜는 없다.




1.
외국에 있는 한인교회 하면 뭔가.. 안정된 부모님들 세대가 생각해서
징글벨을 불러도 귀여워해줄 것만 같았는데 웬걸..
젊은 대학생과 선교사들이 많다.
징글벨은 못하겠습니다. ㅠㅠ




2.
티처가 목사님께 우릴 소개하며 특송 순서를 넣어달라 부탁했는데
목사님 쿨하게 거절. "오늘 찬양 스케줄 많아서 안됩니다."
만쉐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배는 지루했다. 뭔가 좀 세다.
인도라서 그런지 더 이글이글 하다.
하지만 거절하지 못해서 끌려온 마당에 불평해봐야 무엇하리.

그렇게 예배만 두 시간이 걸렸다.




3.
목사님이 갑자기 우리를 앞으로 불렀다.
아시아 어쩌구 합창단이 아직 도착 안했으니 준비한거 해보란다. 아놔;;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

죽고 싶다......




4.
아시아 어쩌구 합창단원들이 도착했다.
미얀마 학생들 30 여명으로 구성. 그들의 무대는... 정말로 좋았다.
찬송으로 은혜를 받는다는 건 이런 느낌이겠지.
그들의 진지한 눈빛과 소박하지만 정성어린 꾸밈에 감동했다.
앵콜로 한글 가사의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불렀는데,
가사 다 틀렸음에도 우리랑 너무 비교되서 다들 숨고 난리가 났다. ㅋㅋㅋ




5.
식사 시간. 뭔가 서글프다.
예배 시간 내내 화가 나고 부끄러웠지만 돌아갈 수가 없었지.
그래. 우리는 이것 때문에 왔다. 이걸 거절하지 못했다 ㅠㅠ
국군 장병 여러분 이런 기분이셨겠죠. 유학생 여러분 이런거 였군요!

교회 측에서는 미얀마 학생들에게 먼저 밥을 뜨게 배려해 주었다.
그러나 너무 길었던 예배 시간이 미안했던지, 티처는 우리를 새치기 시켜주었다.
아놔! ㅠㅠ




6.
밥. 오뚜기 카레. 닭도리탕. 돼지 불고기. 두부김치, 해물찜. 김. 샐러드. 과일. 브라우니.  
뭐... 잘은 먹었지만;;; 솔직히 너무 어수선 해서 맛을 느끼지 못하고 그냥 입에 넣었다.
우리가 평소에 먹는 음식이 더 맛있었다. 진짜로.
그래서 더 후회되었다.

교회 분들은 먹는 내내 이메일 주소를 적어라, 이걸 먹었으니 다음 주도 나와야 한다,
노래도 또 불러라. 지금 약속을 해라 난리가 났다.
티처는 자랑스럽게 웃으며 오케이! 했다.
아놔!!!! -_-




7.
돌아가는 길에 두통이 왔다.
라씨를 한 잔 마시고 집에 오니 세시. 씻고 자버렸다.
내일 수업 시간에 티처는 과연 뭐라고 할까.

 

포토 타임!

 

낮에 까마날리는 처음 와 보는 듯. 만화에서 나올 듯한 이 신기한 나무를 찰칵!

정말 좋았던 아시아 어쩌구 합창단. 산타 모자, 흰 티, 촛불까지 준비한 저 정성.

왜 흐릿하게 나왔지; 나를 사로잡는 비주얼은 저 묵은지 뿐.

나름 소박하게 펐다.; 미얀마 학생들을 위해서. 인도면에 한국 스프를 버무린 저 라면이 재미있었다.

즉석으로 버무린 스위트콘을 사보았다. 따끈하고 고소고소.

주말 내내 너무 야채를 안 먹어서 한 번 사 보았다. 다 해서 천원.

그럭저럭 샐러드 처럼 한 접시가 나오네.

쓰레기도 한 접시;;; 파인애플은 절반이 썩어있었다. ㅠㅠ

야채와 콘샐러드는 모두 치킨을 위한 것! 이렇게 기름지게 주말을 마무리... ㅠㅠ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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