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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13, Malta

Day -3 : 유럽은 처음입니다요.

by 하와이안걸 2013. 2. 20.

2013.2.13. 수요일.

 


뱅갈로 공항에 도착했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뱅갈로 공항도 이제 마지막이구나. 비행 시간까지 무려 네 시간이나 남은지라 커피를 사먹으려는데 공항이라고 좀 더 비싸네. 194 루피가 나왔는데 난 184 로 착각하고는 190을 냈다.

"4루피 없어요?"
"없는데요."

계산원은 황당해했으나 내가 너무 당당해하니 아무 말도 못하고 계속 4루피 4루피 중얼거렸다. 난 왜 6루피를 안주지 생각하며 빤히 바라보다가, 먹다보면 주겠지 하고 자리로 음료를 가져갔다. 그래도 안주자 마지막 팁이라고 생각하며 쿨하게 입국장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빚진지도 모르고 ㅋㅋㅋ 미안하네 총각!

노트정리를 하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라운지에서 오래 쉬기로 했는데 엉덩이만 붙이고 와서 아까웠다. 데니스는 담배가 싸다며 신나했다. 나는 루피가 되는 면세구역에서 인도풍 보조 가방을 샀다. 10달러라고 해서 만원이군! 했는데 500루피를 내라하니 뭔가 엄청 비싸게 느껴졌다.

카타르 항공으로 도하를 경유하여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여정.

아, 축구 경기할 때나 들어보던 카타르 도하인가요! 비행기 안에서는 인도 티처들이 강추하던 영화 잉글리시 빙글리시를 보았다. 군무가 없는 100분 짜리 매우 짧은(!) 인도 영화. 많은 티처들이 그렇게 추천하더니, 정말 재미있게 봤다. 재미있었다고 티처에게 편지를 써야지. 나의 추천이 그 사람에게도 딱 맞아 떨어져서 공감을 얻을 때의 기분은 누구보다 잘 안다. 곧 느끼게 해 드릴게요!

카타르에 도착했다.

여긴 와이파이가 그냥 된다. 사람은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공항인지 버스 터미날인지 모를 정도다. 뭔가 화려하게 보이는데도 인파에 묻혀 시장처럼 보이는 안타까운 공항이었다. 라운지는 인도에 비해 넓고 럭셔리했다. 짧은 대기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순전히 밖에 의자가 없어서 들어갔다.

일곱 시간을 다시 날아갔다.

이번에는 주먹왕 랄프에 도전했으나 영어 자막이 없어서 대실패 ㅋㅋㅋ 그래도 그림만 봐도 신나고 재미있었다. 졸다 깨다 하다보니 착륙 안내방송이 흐르고 있었다. 이건 뭐 계속 수요일이래. 겨우 몇시간 늦춰진건데도 하루가 두배는 길어진 느낌이다.


드디어 프랑크푸르트 도착.

카트에 짐을 담으려 했더니 2유로 내란다. 영화 터미널에서 톰 행크스가 카트 정리하면서 밥값 모으던 생각이 났다. 화장실 안에서 히트텍을 장전한 후 밖으로 나섰다. 여기 공항이 짐검사 깐깐하기로 유명하다던데 우리에게는 굿바이 한마디 뿐이었다. 어디가서도 가난해 보이기는 매한가지인 모양 ㅋㅋㅋㅋㅋ

출구 코 앞에 토모미가 있었다. 마키짱 결혼식 때가 마지막이니 삼년만이다. 우리의 첫 인사는,

"탔구나! (焼けたね!)"
"응. 탔어! (うん。焼けた!)" ㅋㅋㅋ

독일에서는 흔하디 흔하다는 벤츠 택시를 타고 토모미네 빌라에 들어갔다. 아, 뭔가 꾸미거나 한게 아닌데 모던하면서도 푸근하다. 이런게 유러피안 스타일인가!

토모미가 신라면을 건네주며, 일단 먹고있으라고 하더니 밖으로 나갔다. 가방에서 햇반을 꺼내어 미친듯이 흡입하는데 토모미가 소세지와 감자 튀김을 사왔다. 맛있다 ㅠㅠ 계속 들어간다.

"감자 튀김에 마요네즈가 어울린다는 거 알고 있었어? 나 완전 빠져있음!"

몰랐어요. 하지만 지당하신 말씀이지요. 마요네즈는 그 자체로도 맛있으니까요.

선물로 준비한 인도 원피스와 가방을 건네고, 몰타에서 마시려던 티백도 얹어버렸다. 이런 집에서 씻고 잘 수 있다니, 더 한 것도 아깝지 않다. 그런데 한달 뒤에 일본으로 아주 돌아간다면서 오히려 후리카케, 오챠즈케 등을 더 얹어주는게 아닌가! 아리가또 아리가또 ㅠㅠ

차를 마시면서 인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데니스는 감격했다. 3년 전 일본에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영어로 이야기가 되니 말이다. 워킹 홀리데이로 시작된 그녀의 영어는 2년간의 독일 생활로 더욱 단단해졌다. 나는 영어와 일본어가 섞인 이상한 말을 하고 있었다. 과정이려니 생각하며 즐겁게 받아들였다.

멍한 기운이 밀려왔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니 머리가 띵하기도 하고. 남편이 오기 전에 잠시 방에서 쉬기로 했다. 그리고 그것이 그날 하루의 마지막이 되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포토 타임!

 

 

언제나 기내식 포토. 오믈렛과 어쩌구 저쩌구.

 

 

갑니다요.

 

 

복잡한 도하 공항

 

 

넓고 안락한 도하 라운지

 

 

무거워서 스도쿠 다 푼 부분과 정답 부분을 떼어버렸다 ㅠㅠ

 

 

토모미네 안방을 차지;;

 

 

토모미네 부엌과 식량도 차지;;;

 

 

탐난다. 이 집...

 

 

조금 춥긴 했지만

 

그리고 맛있는 카레 소세지와 소고기 소세지, 그리고 감자!

 

 

 

 

 

 

 

이젠 정말 끝.

댓글4

  • 탱크걸 2013.02.21 23:55

    도하 라운지에 샤워실도 있고 수건도 줘서 작년에 아주 요긴하게 썼어. 돌체구스토로커피도 미친듯이 마시고 ㅋㅋ (커피 너무 마셔서 급기야 속도 좀 쓰리고...)
    여튼 토모미를 만난 이후로 글이 약간 일본 소설 느낌이라 혼자 씨익 웃었네. 나는
    요즘 일개미지옥에 빠진 분노를 홋가이도 여행으로 풀어볼까 궁리 중...
    답글

  • Linus 2013.02.22 00:07

    헉... 독일에 가서 만난 토모미짱이라니! 정말 소설같고나!
    답글

    • 응. 토모미는 2년 전에 사내 커플인 남편의 독일 발령으로 인하여 혼인 신고만 하고 독일로 흉 날아왔지. 독일에서 "놀러와 놀러와" 할 때는 '아, 장난하나;;;' 이랬는데 ㅋㅋㅋ 이렇게 만나게 되어 너무 감격스러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