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번역가가 쓴 책을 읽고 있다.
번역가의 허와 실에 대한 내용으로 여기엔 당연히
'섣불리 환상을 가졌다간 어림도 없다'는 경고로 가득하다.
(하지만 나는 운도 좋고 특별해서 여기까지 왔지!도 물론 들어있다. ;_;)
본인의 공적, 사적인 경험들을 풀어놓다 보니, 번역가 특유의 문장이 책 한권에 빽빽하다.
이분의 번역서를 읽을 때마다 뭔가 좀 애매하다고 느꼈던 부분들이 풀리기 시작한다.
성격이다.
싫은 소리 듣는 것을 싫어하고, 좋은 게 좋은 것이니 적을 만들지 말자는 식의 조용하고 무난한 성격.
이 성격이 번역에도 그대로 나타나 있던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으면 곳곳에서 숨이 막히고 힘이 빠진다.
자존심 세우다가 후회한다, 마찰은 네탓일수 있다, 재지 마라, 억울하면 몸값을 올려라,
돈을 떼여도 수업료라 생각하라, 싸울 시간에 열일하라, 가슴에 묻고 잊어라 등등...
물론 이런 충고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베테랑 번역가가 자신의 책을 산 후배에게 해 주는 조언들이 계속 이런 톤이라 너무 안타깝다.
'을'로 십년 넘게 살아온 내게 인이 박힌 말들이라 더 발끈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을의 고충은 100% 갑 때문만은 아니다.
을이 을을 무시하고 의지를 꺾어내릴 때. 끝은 늘 거기에 있었다.
아직 1/3 가량이 남았는데 얼른 읽어버려야겠다.
나는 아직 이분에게 명함도 못 내밀 초보지만...
이건 번역서가 아니고 에세이니까...
ㄷㄷㄷ...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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