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23. 토요일
오늘도 가게에 나가는 날!
빵 성형에 발전이 없는 남편은 반죽 쪽으로 진로를 변경했다.
남편은 흥미를 보이며 진도를 쭉쭉 뺐다.
환상의 복식조
가게 알바 중 20대 초반의 어린 주부가 있는데,
벌써 아이가 셋이라 남는 빵을 아주 야무지게 싸가곤 한다.
그녀의 남편은 한때 이 가게의 반죽 담당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등장하면서부터 그는 나오지 않았다.
집안 사정이 있다는데도 김팀은 자신 때문에 위기를 느낀게 아니겠냐며 안타까워했다. ;;;
그리고 반죽 만드는 일을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기회를 잡은 남자
주말 치고 빠른 퇴근을 한 뒤 집에서 달콤한 낮잠을 즐겼다.
중간에 조카가 몇 번 덮치기는 했지만 죽은 척하고 계속 잤다.
저녁으로 치킨을 먹으러 가자고 해서 따라나선 캐럴턴 Carrollton.
다운타운에 차를 세우고 조금 걸어가니 붐비는 가게가 하나 보였다.
오늘의 맛집
세상에. 길에는 사람 하나 없고 차도 별로 없더니, 전부 닭 먹으러 왔나보네.
앞마당에는 수십명이 모여 앉아 대기중.
마치 시골 막국수집 같은 익숙한 느낌이었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적고 두리번거리는데
왠지 우리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느낌.
어쩜 이렇게 유색 인종이 하나도 없을까.
정말 신기하다. 뉴욕에서는 백인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ㅋㅋㅋㅋ
무질서하지만 자연스러운 대기공간
30분쯤 기다렸을까?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다.
동그란 식탁에 앉아서 닭과 음료를 시키는 오빠.
세상에 프라이드 치킨 전문점인데 맥주를 팔지 않는단다.
이런 건전한 동네를 봤나.
오빠는 프라이드 치킨과 메기 튀김(Fried Catfish), 비후까스(Chicken Fried Steak)를 시켰다.
(치킨 스테이크인데 왜 소고기를 튀겼는지는 아직도 미스테리)
그리고 하나 둘씩 나오는 사이드 메뉴!!!
그 양과 맛이 정말 대박이었다.
KFC 뺨 후려칠 비스킷과 코울슬로 역할을 하는 상큼한 그린 샐러드.
그레이비, 그린빈, 매쉬드 포테이토,
그리고 이 집의 특급 사이드메뉴인 옥수수(Grandma’s Corn)까지! ㅠㅠ
이 더운 옥수수는 정말... 고개를 쳐박고 계속 퍼먹게 되는 맛이었는데
이대로 소가 되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두 개만으로도 한끼 식사 가능
가게 안 기둥에는 비닐 봉지가 걸려있는데 이게 투고박스 대신이라고 한다.
다들 사이드로 배 채우고 닭은 포장해 가는 느낌? (사이드는 포장 불가)
실제로 가게 주위에서는 흰 봉다리를 달랑달랑 들고 가는 건장한 청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사이드가 푸짐하고 맛있으면 닭에 집중하기가 힘든데 말이지.
그러나 그 뒤에 나온 메인 디쉬를 맛보며...
사이드로 배 채운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치킨에 대한 애정이 쏘쏘였던 나에게 이런 감동을 주다니...
노릇한 치킨 위에 비후까스 한장이요
파삭파삭
날개를 집었는데 교촌 닭다리만하고...
엄마는 겨우 한 조각에 배부르시다며 백기를 드셨다.
짜지 않고 바삭한 튀김옷에 고소한 육즙까지
정말 완벽한 후라이드 치킨이었다.
식사 후 우리 역시 흰봉다리를 빙빙 돌리며
근처 공원을 산책하다가 집으로 향했다.
당분간 KFC는 가지 않을거라며 다짐한 저녁이었다.
원래도 잘 안갔지만.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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