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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16, Dallas

Day 26 : 진정한 페스티벌

by 하와이안걸 2016. 4. 24.


2016.04.24. 일요일



오늘은 드디어 우리에게 차량이 주어진 첫날!

언니 오빠가 같이 가게에 나가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왠지 들뜬 식구들 ㅋㅋㅋ



엄마는 한인마트에서 김치거리를!

아빠는 아울렛에서 다시 설욕전(?)을!

두 분 모두 오늘의 드라이버인 김팀 손을 부여잡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ㅋㅋㅋ



그 좋은 타이밍에 남편은

점심식사를 한인마트 근처 식당에서 먹자며 수줍게 돈까스를 제안했고

부모님은 박수를 치며 열렬히 찬성하셨다.



일단 H마트에 들러 가볍게 장을 보았다.

상하지 않는 배추와 몇몇 야채만 트렁크에 넣고

언니에게 추천받은 '맛'이라는 식당에 갔는데



'주일은 쉽니다.'



그렇지. 교민사회는 교회사회지.

다시 새언니 전화찬스로 일요일에도 쉬지 않는 '아줌마' 식당에 찾아갔다.

이 곳의 대표 메뉴인 순댓국에 사이드로 쫄면, 돈까스를 시켰다.

어른 네 명이서 메뉴 다섯 개를 시켜 약간 걱정이었지만

자유에 굶주린 우리들에게 후회란 없었다.




그때 걸려온 언니의 전화.

가게가 일찍 끝날 듯 하니 집에 모여서 같이 움직이자는 거였다.

그리고 순댓국 1인분 포장을 부탁하셨다.

둘이서 하나로 되겠냐고 물었더니 여기가 양이 완전 많다는 거다.

전화를 끊자마자 카운터로 달려가서 순댓국 세 개 중 하나를 포장으로 변경했다.

아다리가 딱딱 맞는구만.




주문한 메뉴가 나오고...

아, 순댓국이 완전 맛있었다. 

이 정도 퀄리티에 9불이면 인정. 팁도 안 받고 싸네 싸!

좀 비싸다 싶었던 쫄면도 쟁반막국수 비주얼로 완전 푸짐하게 나와서 대만족.

오히려 김팀의 오매불망 돈까스가 가장 평범한 수준이었다.

달라스 아줌마의 위엄을 충분히 느낀 날이었다.




사진을 왜 안찍었는지 모르겠지만;;;



사진 출처 : http://blog.naver.com/dubungstory/220747917414




사진 출처 : http://blog.naver.com/jinnyspsy/220016882591





집에 도착해서 오빠와 언니가 순댓국을 뎁혀 먹는 동안 

무한도전 헬기 몰카를 보며 배꼽을 잡았다.

특히 양세형이 소리 안내고 사과를 갉아먹을 때에는 거의 실신 ㅠㅠ




이렇게 주말의 여유를 즐기는 동안에도

아빠는 모처럼의 자유시간이 유야무야될까봐 노심초사하셨다.

식사를 마친 오빠는 아울렛은 다음에 가고 

옆 동네 페스티벌에 가보자고 제안했다.




여기는 Grand Praire City




뭔가 익숙한 영화를 보는 기분




영화 BIG 이 생각나버렸다!




날씨가 궂은데도 사람들은 계속 모여들었다.

이 동네에는 라틴계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실제로 페스티벌 안내 책자를 보니 메인 스테이지의 초대 가수가 로스 로보스였다 ㅠㅠ

로스 로보스라니 ㅠㅠ 라밤바라니 ㅠㅠ



나 : 영화 세트장에 와 있는 것 같아!

오빠 : 그렇지. 보통 이런 분위기에서 로맨스가 시작되지.



뒤따르던 아빠는 못마땅한 듯 혼잣말을 했다.



아빠 : 이런 데서 총기 사고가 나는거야. 관람차 위에서 총 맞아서 떨어져 죽고. 미드에 많이 나와.

남편 : 맞습니다. 아버님. 여긴 격전지죠.








페스티벌 장소에서 재미난 것을 찾지 못한 오빠는 두 번째 옆 동네 Grapevine으로 향했다.



야구연습장이 가득가득




저 용자들은 뭐다?




알고보니 물이 불어난 호숫가 바베큐장




아장아장




날씨도 다시 맑아지고 바람도 시원했다.

평온하고 매력적인 이 호수를 눈앞에 두고도

아빠의 감성은 여전히 메말라있었다.




"이 좋은 곳에 매점을 짓지 않다니 미국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




아빠 아울렛은 다음에 꼭 가요




Gaylord Texan Hotel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




오늘의 저녁은 김팀이 고대하던 바베큐!

뉴욕의 바베큐 따위는 잊으라는 뜻인가보다.

이 오빠는 진정한 텍산이 된 것인가.



연기가 자욱한 Hard Eight




정육식당처럼 무게로 파는 시스템




립, 등심, 새우, 소시지, 닭날개 등등



http://www.hardeightbbq.com/






사이드까지 신나게 팍팍 담아 계산대로 갔는데 

점원이 미소를 지으며 그냥 지나가라고 했다.

가격 조차 알려주지 않아서 (마침 쏘려던) 나는 당황하고, 오빠는 이유를 알려달라고 말했다.

점원은 우리의 등 뒤를 턱짓으로 가리켰고

뒤를 돌아보자 한 남자가 느끼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가 운이 좋은거니까 그냥 즐기면 돼!"



얼떨떨한 기분으로 자리에 돌아와서 이 이야기를 하니

다들 땡 잡았다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오빠만 심각했다. 우리가 동양인이라 무시한건가 계속해서 진지 모드 ㅋㅋㅋ

아빠와 남편은 고기와 맥주에 해피할 뿐이고

엄마는 너희가 착하게 살아서 복을 받았다며 감동하셨다.

나는 새우도 시킬 걸 후회했다.




두 번째 고기를 주문하러 가면서 오빠는 점원에게 그 남자의 정체에 대해 물었다.

사장도 아니고 뭣도 아니라고. 가끔 와서 몇몇 손님들 식사를 대신 내주는데

뒤에서 눈짓으로 싸인을 주면 그걸로 끝이라고.

아무런 이유도 없고 기준도 없고, 그저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한다.

세상엔 참 신기한 사람들도 많다.




맛있게 먹었으면 된 거야




한인마트부터 페스티벌, 호숫가, 호텔, 바베큐까지...

너무나 긴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드니 11시.

아빠의 꿈은 연기되었지만 온 식구가 알차게 놀고 먹은 축제 같은 하루였다.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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