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봉가족 이틀째, 오다이바

3월 17일. 휴일. 봉봉가족 이틀째.

아침. 생각보다 눈이 안떠졌다. 간만에 좀 걸었다고 피곤했나보다.
일어나자마자 숙소에 들렀다. 맥도날드 아침세트를 사들고.

똑똑. 잘 주무셨어요?
어머나. 아직 취침중이셨다. 이런 미안할데가;;; 아이만 말똥말똥했다.
오늘은 샤브샤브 런치부페로 일정을 시작하기로 했었다.
늦잠과 함께 준비도 늦어지는데 민박주인이 와서는 눈치없이 말을 걸기 시작했다;;;

십년전에 일본에 와서 증권으로 돈을 벌고 일본여자와 결혼해서 아이가 둘이라는 주인.
많이 외로운지 한국인 말동무, 술친구를 찾는 것 같았다.
대충 나이가 맞는 상대(오빠)를 만나니 놔줄 생각을 안했다;;;

겨우 떨쳐내;;고 이케부쿠로로 향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런..
이번 주 내내 맑음이라더니 이게 왠일인가! 아이 감기들까 제일 걱정하는 이 부부를 보며
마치 내 잘못인양 당황해버렸다. 게다가 오늘 일정은 오다이바 딱 한군데인데.. ㅠ_ㅠ  

이케부쿠로 : 샤브샤브부페
오다이바 : 비너스포트, 메가웹, 메디아쥬, 덱스도쿄비치
오오츠카 : 천하스시

날씨 때문에 오다이바는 실내 중심으로 다녔다.
그러나 친구는 아이 걱정에 좀처럼 쇼핑에 집중하지 못하였다.
결국은 5시에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기로 했다.

친구의 단호한 결정을 지켜보며 같은 여자로서 안스러운 기분과 함께,
가난한 유학생으로서 차비 등등이 몹시 아깝기도 했으며,
오랜만에 만난 친구로서 답답하기도 했다. 그렇게나 다시 오고싶어하던 오다이바인데..
아이는 오빠에게 맡기고 나랑 이것저것 구경할 수는 없나, 하는 생각.

그런 복잡한 생각은 표정으로 그대로 드러나고 말았고, 돌아오는 유리카모메 안에서 
잠시동안 진실게임이 펼쳐지기도 했다. 결론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도 훗날
그녀와 같은 입장이 되면 오늘 일을 이해할 날이 오겠지. 나는 아직 겪어보지 못한 일이니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봉봉이는 울기 시작했다. 난 어쩔줄을 모르고 앞장을 서고,
부부는 아이를 서로 번갈아 안아주며 달래었다.

"많이 힘들었지.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괜히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아직도 내가 모르는 세상은 너무나 많다.  

아이를 재우고 (오빠도 저절로 잠들고) 우리둘은 밤새 못다한 이야기를 했다.
공항 이야기, 남자 이야기, 옛날 이야기... 가장 필요하고 원했던 그런 시간이었다.
서른살의 한국 나이가 눈물나게 벅차고 좋았다.





이젠 정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