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빵 배우러 가는 날.
지난 주에는 머핀 두 종류와 롤케이크, 버터스펀지 케이크를 했다.
나랑 남편이 빠지고, 결혼을 앞둔 새 신부도 하필 결석을 해서
혼자 남은 조원님이 절망 속에서 네 개 품목을 만들었다고 한다. ㅠㅠ
들고가는 것도 일이었겠다.
오늘은 사과파이.
애뽈파이. 기대가 된다.
각각 반죽, 사과 썰기를 진행하는 동안
나는 충전물을 담당했다.
묵처럼 쑤면 된다기에 약불에 서서히 휘저었더니
정말 도토리묵처럼 걸죽해졌쒀!
하긴 사과파이에 전분이 들어갈 줄 누가 알았겠나.
그래도 오늘의 가장 큰 배움은
가스불에 스뎅 다라이를 올려도 된다는 사실!!!
다라이는 그냥 야채 씻고, 김치 버무리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
우리 조의 반죽이 냉장 휴지를 마쳤다.
반죽 뒤로 사과와 버무린 세상 맛없어 보이는 충전물을 보라.
입을 살짝 벌린 반달 모양의,
한입 베어물면 사과잼 같은 새콤한 필링이 씹히는
그런 애플파이를 기대했던지라 뭔가 기대감이 쑥 내려갔다.
*
제가 찾는 그것은 애플턴오버라는 정식 명칭이 있군요.
접어 만든 파이는 모두 턴오버(turnover)라고 한답니다.
과일이나 고기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갈 수 있네요.
그래도 열심히 밀고 밀어서
반죽을 파이 팬 위에 올린다.
많이 올릴 수록 맛도 있고 모양도 잘 나오지만
서로 양보하느라 어중간한 높이가 되었다.
남편은 뚜껑 있는 파이 제작에 들어갔다.
언제나 일사천리.
"구우면 다 똑같애!"
나는 격자무늬 파이에 도전.
자 대고 자르는 것도 왜 못하니 ㅠㅠ
아이고 손 떨려...
아이고 귀찮아 ㅠㅠ
밀가루로 바구니를 짜 보았습니다!
계란물을 슥슥 묻히면 오븐에 들어갈 준비 끝!
안에 빈 공간이 신경쓰이는군.
그 사이 선생님의 황금빛 파이가 완성!
오늘은 시식을 안 주셨음. ㅋㅋㅋ
한 조각만 주셔도 되는데... 손으로 잘 노나먹을 수 있는데...
그 사이에 우리도 완성!
사과도 생으로 먹어도 되고 파이 반죽도 얇은 편이어서
윗부분 색깔만 완성되면 꺼내도 된다.
계란 노른자의 힘은 위대하구만.
번쩍번쩍 노릇노릇.
오른쪽이 내껀데 구우니까 더 얇아보인다. ㅠㅠ
사과가 너무 잘 보여서 영 먹음직스럽지가 않네.
나의 귀찮음이 만들어낸 실패작이다. ㅠㅠ
여기서 또 하나의 교훈!
바구니를 짤 때는 도톰하게! 촘촘하게!
속이 거의 안보이게 해야 예쁘다는 것!
귀욤!!!
그러거나 말거나.
오늘은 순댓국으로 허한 속을 달래고 귀가.
막걸리까지 마시면서 나름 둘만의 뒷풀이를 했다.
다음 날.
오늘은안가져간다, 뭔소리냐썩가져가라
주거니 받거니 아침부터 생쇼를 하다가
내 등쌀에 못 이겨 겨우 가져간 남편.
"완전 맛있어!"
그래...........???
그 말을 듣고 ㅋㅋ 먹어보니
계피향과 함께 사과가 아삭아삭 씹히는 게 괜찮았다.
파이도 얇아서 부담스럽지 않고 버터향도 은은.
(시식이 이래서 중요합니다. 여러분... 아니 선생님...)
그리고 우리 조카4가 너무 잘 먹는다. 뿌듯뿌듯 ㅠㅠㅠㅠㅠ
껍데기는 얘가 다 뜯어먹었다.
괜찮아. 껍데기에는 설탕 별로 안 들었어.
버터는 미국에서도 먹잖아? (정색)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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