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함께 전을 부친 나는
전에 있어서만큼은 엄마와 꽤 궁합이 좋은 콤비다.
‘이번에는 호박 절여서 해? 그냥 해?’
‘생선은 이제 포 뜨지 말고 떠져있는 것을 사자.’
‘육전 고기는 다 눌러왔어?’
‘녹두전 두 가지 다 할거야?’
팔을 걷어부치면서 질문을 퍼부어대는 나를 보며
엄마는 천군만마를 얻을 듯한 표정을 짓곤 했다.
하지만 이것도 다 철든 후의 이야기.
아니, 정확히는 결혼 후의 이야기. (아니 몇 살 때 철이...)
그전까지는 아주그냥 질색팔색하며
제사와 전을 저주하던 아이였다.
자개무늬를 보고는 ‘얼마나 오래된 거야!’ 감탄하는데 우측에 쿠쿠 로고가;;;
그러고보니 여기에는 제대로 된 육전이 없네.
다음 번에 제대로 된 황해도 육전 사진을 업데이트 해야겠다.
자, 황해도식 녹두전 - 제사용 나갑니다.
제사 음식에는 고춧가루 및 양념이 들어가면 안되므로
녹두, 숙주, 고사리, 소금만 넣고 네모낳게 굽는다.
어릴 땐 이해 못했으나 크고 나니 가끔씩 생각나는 아주 담백한 맛!
자, 이번에는 김치가 들어간 녹두전.
모두에게 익숙한 그 비주얼이다.
여름에 장사 준비할 때 맹훈련해서 ㅎㅎ 레시피를 잘 적어놓았었다.
언젠가 혼자 만들기에 도전해봐야지.
하지만 난 녹두전을 좋아하지 않아;;;;
좋아하지 않는다고!!! (츄릅)
이번 설에는 내가 날짜를 바꾸어 오빠네와 함께 강화도에서 1박을 했다.
늘 바톤터치하듯 비껴갔던 남매가 한날 한시에 모여 잠까지 자고간다니
엄마는 너무도 기뻐했다.
그리고 가족들이 고스톱이며 보드게임이며 하는 동안
엄마는 스르륵 일어나 황해도식 대파 꼬치전을 뚝딱 만들어주셨다.
달디 단 겨울 대파와 시큼한 김장김치, 그리고 돼지고기를
길고 푸짐하게 그리고 아주 무심하게(중요!) 꼬치에 끼워서
바삭바삭 지져먹으면 된다. 고기만 익으면 땡.
파전과 김치전의 으른 버전이랄까.
“자, 뜨끈할 때 후딱 가져가서 먹어!” (저 뒤에 사라다와 함께;;;)
가위로 가운데를 잘라 먹어도 좋지만,
으른이라면 응당 세로로 찢어먹어야지!
파만 따로, 김치만 따로, 고기만 따로 먹을 때의 맛이 아주 새롭다.
물론 두 가지 재료를 함께 찢어 먹어도 별미.
젓가락을 들고 달려드는 자식들을 향해
겸손한 엄마는 이렇게 외친다.
“원래 황해도 음식은 모양이 없어! 대충대충 만드는 거야!”
카테고리명을 겸손한 엄마로 바꾸어야겠다.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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