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여름.
극도의 슬픔과 불안함에 방황하던 엄마와 나는
갑자기 장사에 꽂혀서 가게를 보러다니곤 했다.
컨셉은 황해도 음식 전문점.
부동산 거래가 뜸해지기 시작했던 때라 가는 곳마다 환영 받았고
하루에 몇 군데씩 열심히 돌아다녔지만
마음에 탁 드는 가게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메인 메뉴는 김치밥, 녹두전, 만두.
엄마는 장마가 오기 전에 여름 김장을 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가게 계약을 한 후에 하자고 했고
엄마는 그땐 비싸져서 아무 것도 못한다고 했다.
그때의 엄마는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
왜때문에 우리집. ㅎ
농구보다가 갑자기 쪽파를 다듬게 된 남편. 이때 참 많이도 싸웠지.
나도 싫었는데 너도 싫었겠지. 하지만... (뒷말은 생략한다.)
다듬은 재료들과 함께 강화도로 이동.
배추 절이는 동안 가볍게 열무김치 완성.
맞춤 젓갈 제조 (아마도 밴댕이젓)
분노의 다지기
그리고 멸치젓
그리고 새우젓
여름 배추는 맛이 없어서 부추와 쪽파를 많이 넣어야 해.
혼합 및 숙성완료
절임 완료 (하루가 지난 것 같기도;;)
노동요를 틀어보아라.
끝을 안자르는 건 우리집뿐인가요.
승용차로 배달해주신 족발.
강화도에 오시면 고향 막걸리를 꼭 드셔보세요.
겉절이도 한 가득.
그 김치는 아직도 강화도에 가득 남아있다.
물론 가게의 꿈은 접은 채로.
참고로 그 김치는 고춧가루가 잘못 들어가서 굉장히 맵다.
만두에 넣어도 매울 정도.
무엇에 홀린 듯한 여름이었다.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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