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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고/겸손한 엄마의 콘텐츠

엄마의 바느질 : 마더메꼬의 시작

by 하와이안걸 2019. 3. 20.

엄마는 항상 나를 보며 옷 좀 사입으라고 했다.

그 말에는 많은 뜻이 들어있었기에

난 항상 발끈하거나 무시하곤 했다.

 

 

'내 옷이 마음에 안 드나.'를 시작으로

'내 몸이 이런 걸'로 끝나는 비루한 생각회로.

못난 딸은 엄마의 걱정이 비난으로 들렸다.

 

 

그래서 엄마는 나랑 옷 사러 가는 걸 가장 좋아한다.

가격도 안본다. 어울리기만 하면 할부로라도 사라고 부추긴다.;;;

 

 

어느 날, 모 패밀리세일에 엄마랑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물어보니

그게 뭔진 몰라도 좋은 옷들이 있다면 무조건 간다고 한걸음에 달려오셨다.

70~ 80% 할인 중인 고급 아우터를 뒤로 하고

마리메꼬 매대에서 사이즈 없다고 아쉬워하는 나를 보며 엄마는 충격을 받았다.

가성비 갑의 삶을 살아오신 엄마에게 마리메꼬 원피스는 존재 자체가 충격인 듯 했다.

 

 

그 다음 주, 나는 광장시장으로 소환되었다.

잘 맞는 원피스 하나만 들고오라는 명령과 함께.

 

 

유노왓잇이즈!

 

 

 

 

 

사랑하는 친구 여러분.

마더메꼬 2019 S/S 신상품을 소개합니다.

 

 

 

 

 

페이즐리 칠부 원피스

 

 

옆구리에 살포시 주름을 잡아 밴드로 마무리해 주었어요.

 

 

페이즐리 반팔 원피스

 

 

이건 브이넥이에요.

 

 

주름 없이 통짜입니다.

 

 

페이즐리 민소매 원피스

4마에 만원인데 세 벌이 나왔어요. 외쳐! 마더메꼬!!!

 

 

그린 레트로 패턴 반팔 원피스

제가 가장 기대한 천이에요. 이건 4마에 만오천원.

 

 

어깨에 살짝 주름이 들어갔고요.

 

 

옆구리에도 주름을 잡았으나 추가 삭제 가능해요.

 

 

리조트 민소매 원피스

 

 

윗가슴부터 주름을 잡아주었어요.

 

 

간절기용 플라워 레이어드 원피스

 

 

주머니가 있어서 너무 좋은데 제가 소화 못하는 컬러라 난감한 아이에요.

 

 

암홀을 깊게 파서 고무줄 처리 하였어요.

 

 

 

 

자, 이제 bottoms 를 보실까요.

 

 

 

 

그린 레트로 패턴 앵클 팬츠

 

 

 

그린 레트로 패턴 롱 스커트

 

 

네이비 기모 앵클 팬츠

 

 

블랙 페이즐리 기모 앵클 팬츠

 

 

 

 

이게 모두 열흘만에 일어난 기적.

엄마의 집중력과 기술력에 경의를 표한다.

 

 

앞으로는 마더메꼬만 입게될 것 같다.

일단 사이즈가 넉넉하고 ㅎㅎㅎ (고무줄 마저도 넉넉)

패턴을 내가 고를 수 있다는 게 너무 매력적.

맞춤옷을 입게 되다니. 부내난다.

 

 

다음 번 작업 때 반영할 추가사항을 디자이너 샘께 전달했다.

 

- 주머니 추가

- (일부 원단) 안감 추가

- 공임비 대폭 인상 

 

 

 

 

그랬더니 답신이 왔다. 

그녀의 전달사항은 놀랍게도.

 

 

 

 

'제발 집에서만 입고 다녀라.'

 

 

 

 

 

 

 

이렇게 겸손한 집안입니다.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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