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이 처음 나온 건 고등학교 때였다.
라디오와 함께 90년대 가요를 공기처럼 여기며 살던 우리는
노래방의 등장에 환호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십대 후반부터 함께한 노래방.
그땐 노래를 잘 부르건 못 부르건 관계 없었다.
아무런 권력 없이 공평하게 나누어 부르고
전주가 길어도 함께 기다리며 감상했다.
때로는 서로에게 신청곡도 권하고
녹음 테이프로 만들어 간직하던
믿을 수 없이 아름다웠던 시절.
그러나 우리 맘도 모른 채 노래방은 점차 오염되었다.
문을 열고 불쑥불쑥 들어오는 취객.
그리고 더한 오해를 받는 상황들.
여자 손님이 오면 난감해하는 주인들이 늘어나면서
한동안 끊고 살았다.
그러다보니 노래방은 이제 아주 친한 사람이 아니면
아니, 아주 친한 사람끼리도 그닥 가지 않는 곳이 되었다.
갈 노래방도 없거니와 같이 갈 사람도 없어졌다.
그런데 갑자기 올초부터 노래방이 무척 땡기는 거다.
처음엔 이 사람 때문에 ㅠㅠㅠ
다음엔 이 사람 때문에 ㅠㅠㅠㅠㅠ
나 혼자 산다에 황재균이 나온 날.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자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샐러드를 먹는 모습부터 뭔가 심상치 않더니
저 '세 시간'부터는 거의 울면서 봤다. ㅠㅠㅠ
음정 내리는 타이밍도 웃기고
그래도 마구 틀리는 음정 ㅠㅠㅠ
아, 당신은 좋은 사람 ㅠㅠㅠㅠㅠ 응원해요 ㅠㅠㅠㅠ
이분 역시 핵충격 ㅋㅋㅋ
서울패밀리라니요. ㅠㅠㅠ
한 동작도 대충하지 않아!
나라찡 선곡 머뭇거리니 바로 낚아채는 열정.
나도 저런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 다짐하면서
계속 계속 노래방이 너무 너무 가고 싶던 어느 날.
그날은 프로젝트 뒷풀이 날이었다.
2주 만에 만나는 사람들과 즐겁게 술잔을 기울이다가
다시는 못 볼 사이 같았는지
어쩌다 노래방까지 가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분명히 평소대로 놀았다.
그들이 친구가 아니었을 뿐.....................
(지금까지 이런 고통은 없었다. 이것은 숙취인가 염치인가)
왜 술을 마시면 내 목소리가 안들리는 걸까.
왜 열창을 하고야 마는 걸까. ㅠㅠ
이제 난 맨정신에만 노래방에 가기로 결심했다.
맨정신에 나와 노래방 가줄 사람.
그 사람은 좋은 사람.
그 사람이 나의 친구. 미 아미고!
나의 첫 코인 노래방은 맨정신이었다.
아미고와 함께한 나의 기록을 마지막으로 공유하며
미주로 떠날 채비를 하련다.
민규씨 잘 있나요.
정열씨 행복한가요.
지은. 페르소나 기대하고 있어.
준희야! 준희야!
계피님. 브콜 1집은 스트리밍이라도 어떻게 ㅠㅠ
올해는 봉별기를 읽을게요.
목에서 피맛이 난다. 얘들아 ㅠㅠ
재평아 안녕.
당신들이 왜 여기서 나와.
곱습니다. 규호님.
이런 스코어!
아, 이렇게 정리해주니 좋군요.
근데 점수가 너무 짠 거 아니니;;;
됐어. 오백원 있어.
절찬 모집 중. (나다 싶으면 신청해.)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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