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다.
모래밭에서 금을 줍고 똥도 주웠고,
밭에서 수박을 땄는데, 속이 안 익어 맛이 없었다.
이거슨 길몽인가 흉몽인가.
잠을 하도 자대니 꿈의 양도 참 많구나.
둘이서 거지꼴로 2주 동안 칩거를 하던 차에
나에게는 면접, 그에게는 복귀 미션이 주어졌다.
기분도 좋은데 바람이나 쐬러 갈까.
로또의 기운이 마스크로 퉁쳐진 이 기분.
하지만 괜찮아. 이 시국에 마스크가 어디야.
화이트데이인데 쇼핑이나 갈까?
강화 남부농협 로컬푸드 다음으로 사랑하는
김포 고촌농협 로컬푸드.
시골길에 덩그러니 있어 한산하니 가기는 좋습니다;;;
그래. 평소에 눈독만 들였던 꽃나무를
화이트데이 선물로 들이자!
곧 죽이더라도 꽃다발보다는 오래 볼 수 있을거야.
(따흑 ㅠㅠ)
자, 그럼 야채를 담으면서 좀 더 고민해보자.
이제부터 내가 안 길렀는데 내가 막 자랑하는 시간 가져볼게요.
가격도 함께 봐 주세용.
버터처럼 잎이 부드러워 버터헤드라는 글을 보고
정말? 정말? 하며 사전을 찾아보니
butterhead [bʌ́tərhèd] 흑인을 망신시키는 녀석; 멍청이, 얼간이 |
이런 뜻도 있다고 하는군요. ;;;
자, 이제 화분을 결정할 시간.
두구두구두구.
잎이 묘하게 내 취향이라 자꾸 눈길이 가는데다
화분도 크고 넙적해서 사후에;;; 다른 모종 심기 좋게 생겼어서
수국과 함께 최종 후보로 올렸다.
......
이름을 가린 채로 두 개의 후보를 보여주었다.
김팀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명이나물을 골랐다.
......
화이트데이에 명이나물 받은 여자 되고 싶지 않아서
작은 튤립 모종을 하나 끼워주었다.
(그런데 이름이 스트레사...)
"무슨 꿈을 꾸었느냐..."
"아주 복잡한 꿈을 꾸었사옵니다...
그런데 이미 해몽을 마친 것 같습니다...."
로또사도된다고해주세요제발요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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