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장의명반] 유승준 : 7집 Rebirth of YSJ

이 반가움은 뭐지?

우리나라 사람들, 금세 잊어버린다고들 하지만 유승준에 대해서만큼은 예외인 것 같다. 유승준이 6년만에 7집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안습 상황이다. 거침없는 공격성 댓글은 물론, 이제는 슬슬 무플 조짐까지 보여 당황스럽다. 사실 나 역시 유승준이 활동하던 90년대 후반 댄스뮤직에 흥미가 없던 터라 그에 대한 음악적 평가랄게 없었다. 유승준에 대한 관심이란 그저 이번 앨범에 이현도 곡이 있느냐 없느냐, 뮤비에는 누가 나오느냐, 그리고 이번 주 동거동락에서 얼마나 많은 눈빛을 쏘았느냐 정도? 아. 동거동락 하니 갑자기 여러 재미진 장면들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유승준을 비롯하여, 이범수, MC유 등 수 많은 스타들의 재발견의 장이었던 동거동락(同居同樂) 1기. 그 만만한 세트 안에서 홀로 승부욕을 활활 태우며 ‘잘생긴팀’을 승리로 이끌던 주장 유승준에게 지금의 냉담한 반응이라니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고. 다시 앨범 이야기로 돌아와서. 유승준 컴백에 대한 찬반 논쟁에는 아무 말도 못하는 입장이지만 공개된 음악 만큼은 들어보고 싶어졌다. 음악까지 미적지근하면 관심 끝이다 생각하고...

 

관련 뉴스로 시작되는 1번 트랙 ㅠ.ㅠ 너무 노골적인 걸. 근데 2번 트랙'My World ; 巨人'으로 이어지는 랩이 좋다. 예전의 내지르는 댄스곡이 아닌 것이 조금 의아하긴 하지만 무대를 기약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발표하는 곡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의미 전달에 중심을 둔 듯 하다. 6년 만에 내미는 타이틀 곡으로 나쁘지 않다. 뒤이어 반가운 이름이 눈에 띈다. 수파쿨($uPaCooL)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서정환(of 언타이틀)이 2곡에 참여한 것. 실한 랩의 도움으로 단숨에 힙합 가수로 변신하는 순간, 팬들로부터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Radio'가 흘러나온다. 단순 신선한 멜로디에 후니훈, H-유진, 장근 of Supasta 등과 나누는 랩도 지루할 틈 없이 착착 감긴다. 그런데 인트로에 나오는 대사처럼 사람들이 바로 알아챌까? 목에 핏대를 세우며 열창했던 그 시절 유승준 창법은 아니라는 소리다. 지금은 뭐랄까. 뒤에 코러스를 켠켠이 깔아놓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부르는 것 같다. 좋게 말하면 세련된 팝 스타일, 나쁘게 말하면 약하고 몸사리는 느낌 쯤 되겠다. (어쨌든 노래방에서 부르긴 틀렸다-_-)

 

'Baby talk 2 to me'까지 계속 멋스럽게 이어지다'잊지 못해서 : Missing U'에서 바로 본심 작렬. 그간의 마음 고생이 랩으로, 앞으로의 다짐이 보컬로 절절하게 울려 퍼진다. 안티팬이라면 흥~이고 팬들이라면 정말 눈물 쏟아질 트랙이다. 나 같은 어중이가 들어도 좀 찡해진다. (-_ㅠ)

 

이번 앨범 개인적으로는 기대 이상의 수확이다. 아직도 감정으로 호소하는 느낌이 짙지만, 음악적으로 한 단계 발전한 모습에서는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과거에 머무는 심약한 노랫말만큼은 사절. 음악은 음악으로만. 여기저기 미련을 발라놓는다고 떠난 님이 돌아오는 건 아닐터. 언젠가 좀 더 멋진 재회의 순간이 오겠지. 이대로만 해 준다면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