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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고/m.net

[한장의명반] 강균성 : A Path of Love

by 하와이안걸 2007. 10. 10.



이제 더 이상 풍선은 없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정치적인 타이틀곡이란 확실히 존재하는 것 같다. 곡의 완성도를 떠나 그저 이목을 끌기 위한 타이틀곡. 나라는 가수가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홍보 수단으로써의, 또는 작곡가에 대한 예우로 내 놓는 타이틀곡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소속사를 옮기고 최근 솔로 앨범을 발표한 노을 출신의 강균성은 '박진영 작사 작곡'이라는 제법 괜찮은 무기를 내세워 타이틀곡 홍보에 들어갔다. 하지만 곡을 지어줄 제 새끼들이 너무나 많은 JYP. (무려 임정희 3집에도 그의 곡은 없는 걸) 강균성이 황송해하며 받은 곡'널 볼 때마다'는 누적된 피로를 보여주듯 박진영 스럽지 않은 평범한 발라드에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그 첫 인상을 지우고 들어보면 아직 기대할 것이 많은 가수임을 느끼게 된다. 우선 트랙 중 11곡이 자작곡이란 점. 물론 100%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타블로, 넋업샨, MYK 등 개성있는 랩퍼들과의 작업으로 부족한 멜로디 라인을 재정비 한 점은 칭찬할 만 하다. 그 중에서도 타블로의 매력적인 영어랩과 강균성의 섬세한 고음이 서로 배틀을 하는 듯 어우러진 곡'다 지난 일인데'는 가장 추천할만한 트랙이다. 또한 넋업샨이 피쳐링으로 참여한 트랙'Fever'는 흥겨운 펑키 디스코 곡으로 자미로콰이를 연상시키는 강균성의 리드미컬한 보컬이 인상적이다. 노을에서 보여주었던 아카펠라, 소울 발라드보다 어쩌면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외의 발라드 들은 그만의 특징이 없는데다 스트링 편곡 일색이어서 비슷한 곡들로 들릴 뿐이다. 꼭 발라드 가수여야 한다면 Robin.H 와 함께 작곡한 'Fill This Night'과 같은 미디움 템포의 R&B 곡을 추천하고 싶다. 그가 지니고 있는 장점인 발라드 요소와 리듬감이 가장 잘 살아있는 곡으로 앞으로의 작곡 방향도 이런 스타일에 더욱 집중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그의 새로운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에는 에픽하이, 넬 등 실력있고 개성있는 (곡도 좋고 잘 팔리는) 팀들이 소속되어 있다. 풋풋한 아이돌이 주를 이루던 JYP에서는 선배였지만 이곳에서는 다시 막내. 보이그룹으로서의 화려한 시절과는 안녕을 고해야겠지만 다른 의미로는 팬층을 쭉쭉 넓혀갈 찬스가 온 것이기도 하다. 아직 망가지지 않은 미소년의 매력과 부드러우면서도 한층 다양해진 보컬, 그리고 기대하지 않았던 작곡 능력까지 펼쳐보인 1집 앨범. 다음엔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선배들에게 배우자. 선배들을 써먹자. 선배들과 친해지자. 그대에겐 모두를 항복시킬만한 진지한 눈빛과 고차원적 유머감각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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