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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04-2006, Japan

양국의 휴일은 같다?

by 하와이안걸 2005. 3. 20.


3월 20일. 저녁 근무.


만엔 분실사고로 여전히 냉동실이다. 오늘은 좀처럼 매장에 들르지 않는 다케시 감독 닮은 점장까지 친히 들르셔서 화난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대화는 커녕 목소리 한번 들어본 적이 없음;;) 사원들이 그렇게 혼나는 건 처음 보았다. 아주 그냥 내가 다 민망할 정도.

지난 번 찝찝한 레지사고 해결사건에 이후 처음으로 미야자와를 보았다. 어쩔 수 없이 먼저 인사를 하였으나 싸가지없게 눈을 부릅뜨며 받아주었다. 이게 콱 그냥 -_-+

역시 공항은 하루종일 붐볐다. 오늘도 반찬 코너에서 일을 하는데 아니.. 뭔놈의 장아찌 김치 다꽝을 비싼 공항에서들 사다 먹는지;;; 메이커마다 포장법도 달라서 아직 다 외우지도 못했는데 계속 소금에 절인 가지, 오이, 무, 김치, 우엉, 생선 머리;; 등을 내미는 손님들 때문에 여기저기 물어보러 뛰어다녔다. 열라 눈치주는 아줌마 사원들;; 아, 센베가 차라리 좋았지...

안되겠다 싶어서 물건 채우기라도 도와줄라치면 사원들이 득달같이 달려와 센베코너에 사람 모자라는거 안보이냐면서 얼른 도와주라고 난리고;;; 아니, 나를 여기에 넣어놓고 무슨 소리들을 하는거야; 여기도 물건 떨어졌으니 이러고 있지! 대각선의 센베코너와 반찬쪽을 번갈아 보느라 목이 360도로 돌아갈 지경이었다. 그러다 사원들과 눈 마주치면 어쩔 수 없이 웃어줘야하고. 젠장.

다행히 오늘은 마키짱이 오는 날. 나란히 서서 멘트를 외치니 외롭지도 않고 서럽지도 않고 즐거웠다. 건너편 양과자관에서는 우연히도 푸링(pudding;;)을 옮기는 토모미짱이 지나가고, 우리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아는 체를 하고, 눈동자로 비명을 지르며 반가워했다. 그 중간에 앉아있던 손님들이 봤다면;;;
오늘은 간만에 해보는 저녁 근무. 레지 마감하는 것을 배웠다. 지하 금고에 돈을 들이붓;;는 것도.. 얼마나 돈을 셌는지 손목이 다 아팠다. 살다보니 참 별 부위 다 아파보네.

쉬는 시간에 김짱이 만들어준 주먹밥을 먹는데 하루종일 나를 굴린 다카하시가 말을 걸었다. 그녀는 내년에 연세어학당에 들어가고자 하는 22살의 어린 사원. 평소에는 열라 반말찍찍에 일도 제일 많이 시키는 것이, 휴게실에서 한국에 대해 물어볼때만 친절하다;;;

"이상. 이상은 한국에 있을 때 쉬는 날 어디서 뭐하고 놀았어요?"

4월에 한국에 놀러갈 계획이라는 다카하시. 벌써 5번째 서울행이란다.
어제는 극장에서 '늑대의 유혹'을 보고 강동원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했다.

그나저나.. 내가 휴일에 뭘 했더라.. 기억이 안났다.
음... 극장에 가끔 가고.. 친구들과 차마시고 수다떨고.. 계획없는 쇼핑을 하기도 하고..
그러나 가장 많았던건 집에서 빈둥대기 아닌가!!!

"음.. 나는 야구를 좋아해서 봄되면 야구장을 찾았구요..
서울은 극장 시설이 아주 잘 되어있어서 매주 한번씩 극장엘 갔어요.
집 근처에 월드컵 경기장이 가까워서 산책도 하고... 구라구라..."
별로 한게 없다? 응. 없던 것 같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지금도 점점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는 것.

옆에서는 다카하시가 계속 어제 신오오쿠보에서 먹은 불닭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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