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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고/m.net

[m.net/한장의명반] 씨야 2.5집 [California Dream]

by 하와이안걸 2008. 1. 3.



정말 화보만 찍고 온거니?



새해의 시작과 함께 찾아온 반가운 선물 씨야의 2.5집 [California Dream]. 신곡 세 곡과 함께 여러 컴필레이션에 들어있던 곡을 재편곡 했다고 한다. 타이틀 곡인 '슬픈 발걸음' (구두 II)은 지난 달 디지털 싱글의 형식으로 먼저 공개 되었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씨야의 1집 수록곡 '구두'의 연장선상에서 만들어진 슬픈 발라드 곡이다. ‘어디로든 가고 싶어 그대가 기억나지 않는 곳으로’, ‘이 구두에 날 맡기면 상처도 눈물도 없는 곳에 혹시 날 데려다줄까’ 전작과 같은 컨셉이지만 또 다른 느낌을 가진 노랫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류재현이 쓴 구두도 놀랍도록 공감이 갔지만, 이번에 강은경이 쓴 구두 II 역시 내공이 느껴지는 섬세한 노랫말이 많은 사랑을 받을 듯 하다.


왠지 이 곡이 낯설지 않다고 느껴버린 당신은 완전 센스쟁이. (그리고 삼십대!) 옛날 옛적,박신양과 심은하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MBC 주말드라마 [사랑한다면]의 주제곡에 가사만 바꾼 곡이기 때문이다. 음. 그런데 찾아보니 1996년 작. 생각보다 그렇게 옛날은 아니군. (삼십대 취소할게요;) 이 때 완전 신인이었던 박신양과 신인이지만 스타였던 심은하가 어찌나 잘 어울렸던지, 계속 꼬여가던 그들의 사랑에 가슴치며 보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음악은 기억이 통 안나는데 이걸 또 찾아내서 표절이다 아니다 화두를 던진 이가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인기 작곡가 박근태의 초기작으로 당시 유행했던 발라드의 전형을 보여주는 곡. 클래식한 발라드를 추구하는 씨야의 분위기와 보기 좋게 딱 맞아 떨어진 좋은 리폼 사례라고 본다.


역시 신곡인 민명기 작사 작곡의 '그래도 좋아'는 마이너에서 메이저로 한층 밝아진 미디엄 템포의 곡으로 겨울 느낌을 한껏 살린 도입부가 인상적이다. 발랄하긴 하지만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체념하는 아련한 내용이 숨어있는 곡이기도. 귀여운 느낌을 살린 뮤직비디오를 보니 후속곡으로 활동할 듯. 마지막 신곡인 'Classic' 역시 민명기 작사 작곡으로 씨야가 그 동안 사랑 받았던 패턴의 마이너 발라드 곡이다. 그 외에는 OST, 컴필레이션, 프로젝트 앨범 등에서 씨야 멤버들이 참여한 곡들을 씨야 버전으로 또는 원곡 그대로 실려있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이 바로 KBS 드라마 [풀하우스] OST에 수록되었던 이보람의 '처음 그 자리에'로 당시 앨범 총 프로듀서였던 이경섭이 작곡한 곡이다. 뒤늦게 지난 겨울에 풀 버전으로 앨범에 실리기도 하였지만, 그 새 또 달라진 버전의 음악을 들을 수 있어 반갑기만 하다. 이보람의 힘을 뺀 보컬과 곡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의 좀 더 새침해진 편곡이 눈에 띈다. 조성모와 함께 90년대 후반 김광수 사단을 이끌었던 이경섭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만 모르고 있었다면 미안해요;)


이경섭의 바통을 이어 받은 작곡가 조영수의 프로젝트 앨범 [올스타]의 타이틀곡이기도 했던 '미워요' 역시 이번 수록되었으나 재녹음은 아닌 듯 하고, KBS 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 OST 의 엔딩 타이틀 곡이었던 '미친 사랑의 노래' 역시 원곡 그대로 실려있다. KBS 시트콤 [못말리는 결혼]에서 FT Island 의 이홍기와 남규리가 함께 불러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요즘 나는'도 최신곡이라 그런지 손을 대지 않기는 마찬가지. 김도훈이 작곡한 이 곡은 귀여운 노랫말과 상큼한 리듬이 두 보컬의 매력을 한층 살리고 있다. 씨야의 정규 앨범에도 이러한 시도가 많았으면 하는 바람. 역시 같은 이유로 지난 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남규리표 '깊은 밤을 날아서'는 각 멤버별로 나눠 부른 버전이 새로 수록되었다. 그러나 반주는 변함이 없는 듯 하며 게다가 시간까지 어쩜 딱 2분으로 칼 같이 딱 맞춰주었다. ㅠ.ㅠ 기왕 다시 녹음할거면 편곡도 좀 뾰로롱 하게 바꿔주지. 예쁘게 한소절씩 불러준 보컬이 민망할 정도다.


그 외에도 김연지와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제아가 함께 발표했던 프로젝트 싱글 [To My Lover]에 수록되었던 두 곡 'The Day'와 '정'이 씨야 버전으로 수록되었다. 그러나 제아 부분만 다른 두 멤버가 나눠 불렀을 뿐 이 곡 역시 편곡에는 변함이 없는 듯 하다. 그러나 편곡을 달리했어도 반갑지 않은 트랙이 있었으니, M TO M 3집에서 김연지가 참여했던 '연가'의 클럽스러운 리믹스. 물론 이러한 시도 자체는 대환영이다. 그러나 변신하려면 좀 더 화끈하게, 색다르게 할 수 없었을까. 그 애지중지 오케스트라는 왜 못 버리는건데. ㅠ_ㅠ 멤버들의 스펙트럼을 믿지 못하고 같은 패턴만 고집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난 이 앨범에서 프로듀서가 아닌 멤버 세 명이 아니면 절대 바꿀 수 없는, 그런 놀라운 리메이크를 기대했는데 말이다.


SG 워너비의 뉴욕에서의 이야기 [Story in New York]이 올 겨울의 신호탄이었다면 새해의 첫 신호탄은 씨야의 캘리포니아의 꿈 [California Dream] 이다. 더욱 추워졌지만 조금 더 따뜻한 나라에 있는 그녀들의 표정이 밝다. 같은 기획사인만큼 이번에도 굉장한 화보들이 들어있어 팬들이 기뻐할 듯 하다. 그러나 이번에 앨범에서는 SG 워너비와 같이 귀에 착 달라붙는 재즈풍의 편곡도 없는 듯 하고, 그냥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그녀들의 피처링을 모아놓은 스페셜 앨범으로 볼 수 밖에는 없을 듯. 그것도 팬들에게는 큰 선물이 될테니 좋다 이거야. 근데 왜 [쿵야 어드벤처] OST 에 수록되었던 '용기를 주세요'는 없는거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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