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을 모르는 평화로운 합작품
달빛과 같은 존재감. 어둑한 저녁 무렵의 감성. 소년의 걷잡을 수 없는 마음... 들어보기 전에 그의 자켓 이미지를 통해 내 맘대로 짐작해왔던 스위트피의 음악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그의 얼굴이 (살짝 모자이크틱 하지만) 자켓 전체에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또 트랙 리스트에는 피처링이 한 둘이 아닌 것이 수상하다. 모두 한 싱어송라이터 하는 사람들. 친절한 설명과 함께 곡을 감상해본다. 첫 곡 '하루'에서 밝아진 그의 보컬에 반갑다. ‘저렇게 부르고는 있지만 가사는 분명 울고 있을거야’ 하고 뒤져보았지만, 그냥 평범하게 무난한 수준. 마이앤트메리의 정순용이 불러준 줄 알았던 '인어의 꿈' 역시 마찬가지. 이 두 곡을 듣고 나니 자켓의 비밀이 풀리는 듯 하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김민규의 '힘찬 보컬' 이로구나~! 특히 피아노 솔로곡인 '사진속의 우리'를 들으면 그의 가사 전달력에 푹 빠져버릴 지경에 이른다. 델리스파이스에서 그가 불렀던 처절한 발라드를 기다리는 분이라면 스킵 스킵 하셔서 이 곡부터 들어보시길.
제목부터 눈물이 왈칵 나올 것 같은 '봉인'은 유희열의 피처링으로 궁금증을 자아낸 트랙. 이번 토이 6집에서 보컬을 맡았던 그인지라 서로의 곡을 나누어 부르는 훈훈한 광경을 기대했던 것이다. 둘 다 기교없이 편안하고 소박한 보컬의 소유자라 은근히 잘 맞을 것 같았고 말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유희열은 건반을 맡았다. 살짝 아쉽지만 또 여기서 생각지도 못했던 감동이 밀려온다. 이 푸근하고 뭉클한 건반 소리는 무엇일까 늘 궁금했는데 로즈(Rhodes)라는 일렉 피아노 소리라고 한다. 노랫말도 감동, 건반 소리도 감동, 동갑내기 천재 뮤지션 둘이 함께 나누었을 스튜디오 안의 공기를 상상하니, 이 역시 감동이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더 멜로디의 타루가 함께 부른 '떠나가지마'로 캐스커의 섬세한 프로듀싱과 두 번째 달의 조윤정의 바이올린 연주가 인상적인 트랙이다. 이 곡은 CD 2 인 미니 앨범에서 새로운 버전으로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총 6가지 버전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은 김민규 혼자 부른 데모 버전 'Demo 2005 Mix'. 묵직한 피아노 연주가 먹먹한 슬픔을 주는 'Solitaire Mix' 는 제목도 아예 '떠나간 후에'다. 과연 '떠나가지마' 보다 더한 후회와 슬픔이 느껴지는 버전이다. 그리고 불독맨션 느낌의 신나는 락 버전 'Juju Club Mix' 도 강추. 깔끔한 피아노 솔로가 더해져 경쾌한 BGM 이 되었다. 그런데 이 주주클럽은 우리가 아는 그 주주클럽이 맞는지 더 찾아봐야 겠다.
그 외에도 정지찬의 시타 연주가 이국의 애니메이션을 떠오르게 하는 '은하수'와 언니네이발관의 이석원이 보컬을 맡은 '데자뷰'도 추천 트랙. 그리고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13분 짜리 대곡 '가장 어두운 밤의 위로'는 윈디시티의 김반장의 쿨한 리듬감을 느낄 수 있는 트랙이기도 하다. 이 역시 마지막의 몽롱하고 아련한 느낌의 연주 부분에서 OST 와 같은 스케일을 느낄 수 있다. 초라한 방안에서 나 혼자 듣기에는 뭔가 미안하고 아까운 느낌이랄까. 또한 남미 여행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음악에 쏟은 듯한 삼바와 스카 리듬의 '안타까운 마음'과 '운명' 역시 새로운 시도로 꽉 차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산울림의 원곡을 멋지게 리메이크 한 '너의 의미'가 가장 추천할 만한 트랙. 곡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재해석으로 워낙에 리메이크에 탁월한 감각을 보였지만 이번 선곡은 정말 최고인 듯. 그래서인지 리메이크 곡인데 가장 스위트피 답다고 느꼈다. 이번 앨범의 컨셉이 산울림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산울림을 떠오르게 한 건 그 뿐이 아니다. 소년 같은 감성이 살아 있는 첫 곡 '하루'를 포함, 사랑에 대한 무한 긍정의 경지를 모여주는 '한번만 더' 역시 80년대의 신나는 포크 밴드의 음악을 듣는 듯 하다. 지나친 감성에서 한발짝 물러난 듯한 무심한 노랫말도 일품. ‘이별은 언제고 또 찾아오는 법 우리 다시 만날 그 날을 위해서 웃으며 서로 떠나보내기로 해’ 아니 이런 노랫말이라니. 당신도 이제 보살이 되셨군요. 그 해답은 여행입니까. 아니면 결혼입니까. 아니면 그냥 세월입니까. 처절한 사랑의 기억을 잊게 해주는 것은 역시 새로운 사랑이란 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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