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가수는 많다
조피디가 이번에는 주현미와 듀엣을 하여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그 앨범의 주인공은 그의 디지털 싱글이 아닌 한 프로젝트 앨범으로 밝혀졌다. 인기 작곡가 윤일상과 인기 랩퍼 조피디가 자신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따와서 지은 듯한 PDIS 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낸 것. 자작곡을 주로 부르는 조피디인지라 의아하다 싶었는데 사실 그들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2006년 여름 의외의 조합으로 큰 인기를 누린 브라운아이드걸스 Feat. 조피디의 'Hold The Line'에서 처음 만난 그들이 올 초 본격적으로 크로스오버 컨셉의 앨범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최고의 트로트 가수 주현미가 보컬로 참여한 타이틀곡 '사랑한다'는 조피디 작사, 윤일상 작곡으로 인순이와의 합작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던 조피디가 이번에도 주현미를 디바로 만들어 줄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띵띠리~하며 퉁기는 맛이 일품인 현악기 연주에 흥겨운 탱고 리듬이 보컬 맞을 준비를 하는 가운데, 개인적으로 너무 오랜만에 접하는 주현미의 맛깔스러운 보컬이 그 위를 타고 흐른다. 어려서 듣던 간드러진 목소리가 아닌 기교 없이 파워 넘치는 스타트! 잠시 신세대 트로트 가수들에 밀려 휴지기로 보였던 그녀의 존재감을 각인시킬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보컬을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함께 늙어가는 형제 자매간의 찐한 소통과 '사랑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주문처럼 외치는 노래 가사가 은근 마음을 울린다. 갑자기 소주가 생각나며 진짜 전통 가요 속으로 빠져든 양 심각해질 무렵 조피디의 흥겨운 랩이 분위기를 띄워준다.
또 다른 수록곡인 'Love 4 All'은 '첫사랑'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윤일상 작곡 정준하 보컬이다. 곡 전체에 느긋하게 깔리는 브라스 연주와 푸근한 이미지 그대로 노래하는 정준하의 수줍은 보컬이 듣기 편하다. '첫사랑' 때 한껏 느끼함을 뽐냈다면 이번에는 잘 부르지만 기성 가수와는 다른 풋풋함을 많이 살린 듯. 뮤지컬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지만 가수로 활동한다면 이런 스타일의 어덜트 컨템포러리에 잘 맞을 것 같다. (특히 이 곡은 약간 ABBA 느낌도 난다.) 윤일상 작사 작곡에 따로 피처링 표시가 없는 것으로 보아 윤일상 본인이 직접 부른 것으로 보이는 '고구마'. '고구마 너를 사랑해. 고구마 너 땜에 살아. 이 노래를 쓸 수 있게 도와준 니가, 살아갈 수 있게 해준 니가 고마워' 라는 노랫말로 보았을 때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담은 러브송으로 추측된다. 고구마가 연인이 아닌 정말 고구마라면 또 허를 찔리는 거겠지만. (하긴 나도 올 겨울 고구마로 살았기에) 도입 부분이 영화 원스 OST에 나왔던 'Falling Slowly'랑 약간 비슷한 느낌이라 영화의 이미지와 함께 좀 더 아마추어틱한 느낌. 달리 말하면 지금의 윤일상 곡 같이 느껴지지 않는 순수한 곡이라 할 수 있다.
앨범 타이틀인 [PDIS]는 본인의 이름으로 해석해도 되겠지만 Producer, Director, Instructor, Supervisor 의 이니셜을 딴 뜻이기도 하다. 다재다능한 두 사람의 시너지, 이달 말 공개되는 풀버전에서 얼만큼 더 발휘될 지 궁금해진다. 오랫동안 몸 담고 있던 YG를 나와 새로운 소속사에 들어갔다는, 그래서 더더욱 데뷔 초읽기가 아닌가 관심에 휩싸였던 대형 신인 메이다니, 트랜스의 여왕으로 돌아온 엄정화와, 쿨의 이재훈과 유리, 그리고 최고의 여성 그룹으로 발돋움 하고 있는 씨야와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부디 이달 말에도 쓰지 않고는 못 견딜 정도의 퀄리티로 나와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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