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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고/m.net

[m.net/한장의명반] GUMMY 4집 [Comfort]

by 하와이안걸 2008. 3. 21.



전자음의 위안


지난 연말부터 나온다 나온다 하던 거미 4집이 드디어 발매되었다. 아마도 계속 욕심을 내서 후반 작업을 되풀이 하지 않았나 생각되는데 또렷한 이목구비를 강조한 자켓에서부터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그러나 자꾸 보면 6년차 디바로서의 초연함도 언뜻 엿보이는 것이, 그러고보니 앨범명도 Comfort. 일렉트로닉 음악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그녀에게 의미심장한 앨범명이 아닐 수 없다. 빅뱅의 탑이 랩퍼로 참여한 타이틀곡 '미안해요'는 스토니스컹크의 에스쿠시가 작곡을 하고 원타임의 테디가 편곡을 했다. 이렇게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동료들이 힘을 모아주어서 그런지 새로운 장르에 대한 어색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어색함은 커녕 일렉트로니카와 소울 사이에는 '미안해요'라는 슬픈 메시지와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그녀가 있기에 곡의 매력은 배가 된다. 특히, 마지막에 거의 울먹이며 내뱉는 "미안해요"는 슬픔을 잊기 위해 클럽을 찾은 여인이 5분도 채 못되어 무너지는 모습 같지 않은가!

 

타이틀곡을 더욱 빛내주는 센스는 곡 순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양현석이 작사하고 페리가 작곡한 1, 2번 트랙에서 벌써 달라진 거미를 예상할 수 있기 때문. 특히 첫 트랙 'Intro - Work It Now'는 지드래곤의 세련된 랩 피처링과 파워풀한 거미의 보컬이 앨범 전체를 기대하게 한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지드래곤의 소량의 랩이 더욱 반갑게 느껴지기도 하고. 두 번째 트랙 'Clap Your Hands'는 페리의 빼어난 리듬감이 살아있는 곡으로 어깨가 들썩이는 리드미컬한 보컬과 귀에 착착 붙는 발음(?)이 인상적이다.


 

이 앨범에서 가장 멋지다고 느낀 곡은 에스쿠시와 거미가 함께 작곡한 '환각'으로 달콤한 코러스 위에 힘을 주었다 뺐다를 반복하는 거미의 능수능란한 보컬이 인상적이다. Leon Ware의 'Where Are They Now'를 샘플링 했다기에 원곡을 좀 들어보려 했는데 찾기가 쉽지가 않네. ;;; 또한 거미와 함께 YG를 이끌어갈 여성 보컬 지은과 함께 부른 'I'm Gonna Miss U' 역시 두 디바의 화려한 feel 에 허한 마음이 절로 충만해지는 트랙이다. 앨범 전체를 압도하는 거미의 보컬에 맞선 지은의 가녀리면서도 힘 있는 보컬이 특히 멋지다. 지은의 정규앨범을 다시 들어보게 하는 트랙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발라드 이 외의 장르에 꽂혀 이야기를 풀어냈지만 사실 이번 4집은 그녀만의 소울을 느끼기에도 모자람이 없는 앨범이다. 특히 거미와 용감한 형제가 작곡한 '거울을 보다가'는 반듯한 발라드가 아닌, 그녀의 흐트러진 발라드를 좋아했던 팬이라면 몇 번이고 다시 들을 트랙. 부다사운드의 Red Roc이 랩 피처링을 했다. 또한 타이틀 후보로 거론되었다는 김민 작곡의 '사랑하지 말아요'와 한상원 작곡의 '음악이 끝나기 전에', 전승우 작곡의 '이별이 아니길'은 클래식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발라드곡. 반듯한 발라드를 이렇게 지루하지 않고 멋스럽게 소화하는 그녀를 보며 뜬금없이 패티김 생각이 났다. 지금 당장 디너쇼에 올라도 될 만큼의 내공을 벌써부터 보여주면 어쩌라는 거야!

 

그 외에도 스토니스컹크의 스컬이 작곡과 피처링에 참여한 '여기까지만'은 스토니스컹크 노래에 거미가 피처링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그들 스타일의) 레게가 세게 자리잡은 곡. 다행히 2절로 넘어가면서 거미가 중심을 잡아주지만 말이다. 또한 싸이가 작곡한 대놓고 흥겨운 댄스곡 '마지막 파티'도 의외의 즐거움을 줄 트랙. 위의 두 곡에서는 장르가 의외였다면 '따끔'이라는 곡에서는 이 곡의 작곡자가 윤일상이라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심플하게 시작되던 곡이 호흡이 빨라지며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미안해요'의 리믹스 버전으로 끝나는 이번 앨범은 사장님부터 선후배 동료까지 YG 사단의 개성있는 뮤지션들이 총출동했다. 이들의 도움을 용감하게 받아서 거미다움으로 소화해낸 그녀의 바탕이 놀랍고, 그 조율에 얼마나 힘을 기울였는지를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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