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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고/m.net

[한장의명반] 성시경 : 6집 여기 내 맘속에

by 하와이안걸 2008. 6. 24.



발라드 성은 감동이었어

 

 

정말 잘 어울렸던 심야 라디오 프로를 아쉽게 접은 성디제이가 군입대를 앞두고 마지막 앨범을 발표했다. 솔직히 말해 '군대가기 전에바짝?' 이란 느낌 없지 않았는데, 막상 라인업을 훑어보니 그런 의심이 싹 지워진다. 유희열을 필두로 김광진, 김현철, 이승환(스토리), 정지찬, 노영심, 정재형, 정재일 등 '반가운 뮤지션들로 바짝!' 당긴 반가운 앨범인 것이다. 이들을 섭외하기 위해 DJ를 했던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유희열이 작곡한 첫 곡 '여기 내 맘속에'는 성시경이 가사를 쓴 모던한 포크 발라드. 앨범 타이틀과 같아서일까. 이 곡 처럼 힘을 뺀 서른의 성시경을 앨범 내내 만날 수 있을거란 기대에 부푼다. 그가 쓴 성숙한 가사 또한 맑은 건반 소리와 무게감 있는 기타 소리에 잘 녹아든다.

 

 

유희열 작사, 유희열 성시경 공동 작곡의 타이틀곡 '안녕 나의 사랑'. [윤도현의 러브레터] 300회 특집에서 처음 보았을 때 '이건 너무 토이잖아!' 싶어 내심 아쉬웠던 그 곡이다. 곳곳에서 느껴지는 유희열의 감성에 '좋은 사람'을 편곡한 황세준이 여기서도 다시 편곡을 맡아 어느 부분에서는 '좋은 사람'스럽고, 또 작별 인사 때문인지 '뜨거운 안녕'까지 멀티로 떠오르는 곡이다. 이렇듯 너무 대놓고 비슷한 첫 느낌에 성시경은 물론 유희열에게도 살짝 실망스러웠는데, 이게 또 신기한 것이 들을수록 묘하게 중독 된다는 사실. '그대 힘겨운 하루의 끝 누가 지킬까' 걱정하는 부분에서는 이제 더 이상 '잘자요~'를 말하지 못하는 성디제이의 고뇌가 느껴지기까지 한다. 너무도 시기적절한 가사 탓일까. 저 밝고 경쾌한 멜로디로 부르는 안녕, 미안해는 정말이지 들을수록 슬프다. 팬도 아닌데 갑자기 울컥해지는 것은 그의 진심이 전해진 것이겠지. 다시 그 때의 영상을 찾아봐야겠다. 그나저나. 유희열 월드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안녕이구나. .

 

 

두 번째 곡 '어디에도'허승경 작사 김광진 작곡의 클래식한 발라드 곡. 대단하다. 라디오에서 그렇게 곡 달라고 조르더니만 결국 그 귀한 곡을 받아내고야 말았다. 김광진의 새 앨범에도 턱 없이 부족했던 신곡을 말이다! 간결한 멜로디만으로도 팀장님의 정숙한 느낌이 물씬. 게다가 그 분의 목소리를 상상하며 대입시키면 완벽하게 똑 떨어진다. 고음으로 올라가면 '어이쿠 괜찮으실까?' 절로 걱정이 될 정도로. 다시 이어지길 바라는 지고지순한 마음을 노래한 '어디에도' '어디에도 버리지 못하는 맘'의 축약. 이어지는 심현보 작사 김현철 작곡의 '더 아름다워져' 역시 '돌아가고픈 한 순간'을 애절하게 노래한 곡. 제목이 너무 김현철답다 싶었는데 작사는 심현보란다. 그러고보니 '손사래치지만', '시간이 타일러', '기억은 늘 쓸데없이' 심현보 표 키워드가 곳곳에 눈에 띈다.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찡하게 와 닿는 건 고음이 되는 가수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이 아닐까 싶다. 스토리 이승환이 작사 작곡한 '눈부신 고백'은 발라드 타이틀곡으로 욕심을 내볼만한 트랙. 윤종신에 이어 이 분의 발라드 또한 그에게 맞춤인 양 어울린다.


 

이렇듯 앨범 곳곳에서 헤어짐의 아쉬움이 뚝뚝 흐르지만 밝은 감성의 곡도 있다. 곡 분위기 때문인지, 제목 때문인지 이소라가 떠오르는 곡 '그대와 춤을'은 정지찬 작사 작곡. 방송에서는 딱 눈치없는 동네 오빠 이미지인데, 이런 곡 딱 만들어 내놓을 때면 바로 납작 엎드려 굽신굽신 하게 된다. 성시경 작사, 이준엽 작곡의 'Baby You Are Beautiful'. 미디엄 템포의 팝 발라드 곡으로 후렴구의 'Baby You Are Beautiful'의 반복이 달달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발라드에서 살짝 옛스럽게 들렸던 원현정의 코러스도 이 곡에서는 깜찍하게 어울린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노영심의 곡 '당신은 참..'은 그녀의 피아노가 아닌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 하는 곡으로 기타와 편곡은 정재일이 맡았다.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성시경의 보컬과 진심이 가득 담겨있는 노영심의 가사가 잘 어우러진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가 잔잔한 허밍으로 끝나는데, 뭐랄까. 다른 곡에서 안녕! 안녕! 할 때도 몰랐던 이별이 이제서야 실감난다고나 할까.

  

그 외에도 방송작가 이미나 작사 성시경 작곡의 '잃어버린 것들', 떠나는 성시경과 함께 작곡가 정재형 개인의 파리행이 떠오르기도 하는 정재형 작사 작곡의 '소풍', 싱글 [한 번 더 이별]에도 수록되었던 곡 '사랑하는 일'이 다시 실려있다. 안그래도 윤종신 곡이 하나도 없어서 아쉬운데 '한 번 더 이별'은 왜 안 실린건지 궁금해진다. 대부분의 곡이 이별을 그리고 있지만 이별이라는 단어는 찾기 힘든 이번 앨범. 다시 만날 수 있을거란 확신으로 그저 인사만 되풀이 하는 그의 노랠 들으며, 방송에서의 그 까칠함은 다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더불어 '트리플 A형 맞구나' 하는 것도. 그나저나 이 글을 쓰는 순간 '성시경 7 1일 현역 입대 기사'가 떴다. 안녕 모다. 부디 건강히 다녀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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