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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04-2006, Japan

그의 시로는 파란색

by 하와이안걸 2005. 5. 15.
5월 15일. 저녁 근무.

이틀을 쉬고 기분 좋게 출근을 했더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어제 센베코너에서 마이너스 4천엔; 레지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5천엔을 받았는데 만엔의 거스름돈을 준 것으로 추정되었다. 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찬코너의 하마신이라는 생선 젓갈 파는 매장에 한국인 한명이 들어왔다. 김상인데 70년생이고 일본에 온지 10년이 넘었다고 했다. 마침 오늘 한국 사람이 나 뿐이어서 도시락을 포기, 함께 점심을 먹었는데 역시 한국말로 대화하니까 성격이 단박에 나왔다. 이번달 말 한국에 간다고 하니 대뜸 잘되었다며 청국장 가루를 사오라는 것이다 ㅡ,ㅡ;;; 너무 당혹스러웠다. 그런데 내 얼굴에 싫은 표가 바로 났던 모양이다. ;;; 바로 눈치를 챈 김상은 가벼운걸로 다시 생각해보겠다며 화제를 돌렸다. 무섭다. ㅠ.ㅠ

오늘은 일요일인데다 JAL 항공 티켓 바겐이 시작되어서 정말 바빴다. 누가 출근했고 누가 쉬는 날인지도 모를만큼. 게다가 어제의 레지사고로 점검 횟수도 늘어버려서 신경쓸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사무실로 들어가니 하타노가 인터넷을 하고 있었다. 얘는 쉬는 시간 30분 동안 휴게실에 안가고 사무실에서 저렇게 인터넷을 하며 보낸다.

"이수정!"

갑자기 여자 이름을 외치는 하타노. 발리도 끝났는데 웬 이수정? 난 무시하고 계속 다른 파일들을 찾고 있었다.

"이수정!!"
"..."
"뭐야. 왜 무시해!"
"???"
"부르는데 왜 대답안하냐고."
"아, 나 부른거였어요?" ;;;
"응. 이수정."
"그거 내 이름 아닌데;;"
"뭐? 이수정 아니야? 그럴리가!"
"아니에요;;;"
"그럼 이정수야?"
"ㅡ,ㅡ;;;"

계속 엄한 이름을 대는 하타노를 뒤로하고 매장으로 나왔다. 곧 이어 하타노가 나오더니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아깐 미안했어. 쥬용짱."
"아니에요. -.-;"
"쥬용짱. 물어볼게 있어."
"네." (긴장)
"노무현 좋아해?"
"네???"
"노무현 좋아해?"
";;;"
"안좋아해? 그럼 김정일 좋아해?"
"ㅡ,ㅡ;;;"
"대답해줘."
"(한국말로) 싫어!"
"'시로'가 뭐야? 응? 한국말이야? 무슨 뜻인데?? 말해봐."
"(한국말로) 싫어!"
"시로가 뭐지? 들어본거 같은데..."
"잘 생각해봐요. 간단한거니까."

잠시 후 멀리서 하타노가 뛰어왔다.

"나 '시로'가 뭔지 알아냈어."
"...?"
"'시로'는 파란색이지?"
"ㅠ_ㅠ"

나도 모르게 '바까;'라고 말하고 말았다. 오카베 그녀의 말은 모두가 진실이다.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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