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언젠가 눌러앉기/2012-2013, India

Day 40 : 축배!

by 하와이안걸 2013. 1. 3.

2013.1.2. 수요일.




0.
오늘은 레벨 테스트 날인데 전날 늦게까지 스도쿠만 했다. 초조해서.
아침에 되니 피곤하다.
학원에 도착해도 누구 하나 시험에 대한 언급도 없고
그냥 저냥 휘휘 돌아다니다 원장 선생님 뙇 만남.
90분 필기 시험 스타트.




1.
어렵다. 어렵다. idioms 하나도 모르겠다. 오 마이갓!
죽어라 했던 문법은 별로 나오지도 않았고,
아, 동의어 하나도 생각이 안나네 ㅠㅠ

어쩔 수 없이 배점이 높은 영작에 온 힘을 쏟고,
각종 주관식 답안을 최대한 아름답게 했다.

망했구나. 왜 서둘렀던걸까 나는.




2.
시험을 마치고 올라오니 1:1 티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달려온다.
pre-test 를 한다고 했지 언제 맘대로 시험을 보랬냐며 ㅠㅠ
그래서 내가 몇 번 확인했는데도 티처가 여차저차 대답해서... 아 몰라몰라 ㅠㅠ
난 티처의 말을 착각하고 준비없이 시험본 여자.

원래 1:1 티처 두명이 한명은 단어, 한명은 프리젠테이션을
일주일간 준비를 시켜서 테스트에 내보내는거라고 한다.
단어 시험이 어려웠던 건 당연하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위로는 안되지만.

원장 선생님은 이 상황이 스트레스가 되지 않는다면 3시에 프리젠테이션을 하러 오라고 했다.
물론 일정 점수가 넘지 않으면 자동으로 캔슬된다는 슬픈 경고와 함께.

망했구나.




3.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는데 소문이 다 퍼져서 점심 시간에 물어보고 난리났다.
잊어주세요.




4.
티처는 일단 프리젠테이션을 준비는 해보자며 그간의 나의 에세이를 뒤지더니
그나마 쉬워보이는 여행기를 주제로 잡아주었다.

"서두에 이런 이야기를 넣고, 음 이 단락은 그대로 살리자. 그리고 여기에서 너가 뭘 했는지가 좀 더 구체적으로 나와야 할 것 같고.... 이건 빼도 좋을 것 같아. 결론은 여기에서 좀 더 살을 붙일 말을 생각해봐. 내가 점심 이후에 수업이 꽉 차서.. 레베카 티처 앞에서 연습해보고 3시에 가면 좋을 것 같아.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준비해봐. 그런 얼굴 하지 말고. 이건 그냥 학원 테스트야. 이거 못 본다고 크게 달라지는 거 없다고..." 

위기에 더욱 빛나는 여자, 그대 이름은 인기 강사.




5.
레베카 티처는 마지막으로 최종 원고를 손보면서 프리젠테이션을 시켜보았다.
그리고 쉬운 단어 몇개를 어려운 단어로 슬쩍 바꿔주는 센스를 보여주었다.

"원장 선생님은 그냥 너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거니까 긴장하지 마. 나랑 이야기 하듯이 하면 되는거야. 그리고 그 가운데서 이런 단어들을 조금만 넣어줘도 굉장히 단어를 많이 아는 걸로 보일테니까 이건 지금 몇 개만 외워봐... 그리고 신나는 표정과 함께 최대한 즐겁게! 알았지?"




6.
원장 선생님 앞에 앉았다. 필기 시험지가 그녀의 손에 있었다.

"축하해. 필기 시험을 통과했네. 자, 이제 준비한 프리젠테이션을 해 봐. 아, 과자부터 하나 먹고..."

필기 통과했다는 말에 온몸에 전율이 돋으면서 자신감이 빡 올라왔다.
원장 선생님의 과자를 한 손에 꼭 쥐고, 조근조근 준비한 내용을 말하기 시작했다.

"음. 아주 좋았어. 짧은 시간인데도 이렇게 준비를 하다니 훌륭하네. 나의 점수는 이러이러 하니 필기와 함쳐지면 총 이러이러 하군. 앞에 학생들에 비하면 좋은 점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아. 수고했어. 이제 3단계야 루시. 과자 하나 더 먹어..."

ㅠㅠ




7.
고기를 먹었다. 헌책방에서 영영 사전도 하나 샀다.
아, 일출도 못보고 시험도 떨어지나 했는데, 아아, 기분이 너무 좋다. ㅠㅠ







포토 타임!

 

5 루피짜리 짜이도 발견! 맛은 가장 좋다. 근데 양이 정말 소주잔 ㅋㅋㅋ

이 근처에는 전화 없는 줄 알았는데 짜이 가게 옆에 하나 있었네!

원장 선생님이 임시로 적어준 나의 새로운 시간표

The only place 에서 제일 저렴한 스테이크를 시켜보았다. 근데 갈은 고기네. 어쩐지 굽기를 안물어보더라.

그리고 언제나 이름은 기억할 수 없는 스테이크 님.

헌책방 문 앞을 지키는 야옹님.

처음으로 시내 메트로를 타 보았다. 저런 칩 같은 걸로 찍고 지나가네. 차비는 300원.

아, 오랜만에 보는 풍경. ㅠㅠ

너무 깨끗하고 쾌적하고 좋다. 입구부터 공항처럼 짐 검사, 가방 검사를 하니 수상한 사람이 탈 수도 없고.

영어를 가운데로 해서 위에는 힌두어, 아래는 뭔지 모르겠네.

헌책방에서 업어온 두 아이들. 들뜬 기분에 영영 사전을 지르는 호기로움을;;; 그래봤자 3천원.

보카 책에는 힌두어로 메모가 되어있다. 신기해서 지울 수가 없네.

 

 

 

이젠 정말 끝.

 

 

'언젠가 눌러앉기 > 2012-2013, Ind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Day 42 : 호빗  (2) 2013.01.15
Day 41 : 여행을 떠나요!  (0) 2013.01.15
Day 39 : 새 해  (0) 2013.01.02
Day 38 : 해피 뉴 이어  (0) 2013.01.02
Day 37 : 짬뽕은 어디에 3  (0) 2013.01.0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