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언젠가 눌러앉기/2004-2006, Japan

한국말, 어렵지..

by 하와이안걸 2005. 4. 24.

4월 24일. 10시 근무.

서울 다녀온 후로 다카하시가 친절하게 대해준다. 얜 정말 한국이 좋은가보다.
쉬는 시간에도 휴게실에 안가고 사무실 컴퓨터로 한국어 강좌를 듣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하려는지 궁금하다. 정말 연세어학당에 가려는걸까?
여튼 머지않아 존대말로 날 찾아오겠지. 하하하;;;

이번 달 미야자와와는 별로 만난 적이 없다. 마치 일부러 안마주치도록 스케줄을 짠 것처럼.
여튼 오늘 오랜만에 미야자와와 마주보며 일을 했다.
인사해도 늘 무시하더니 오늘은 환하게 웃으면서 받아준다.
뭐야! 다들 왜 이렇게 다정해!! 불안해졌다. ;;;

오후에는 하타노랑 지하 금고에 돈을 바꾸러 갔다. 일주일 중 제일 바쁜 일요일 오후.
안그래도 발바닥에 땀나도록 동동거리던 중, 나를 불러준 하타노가 오늘따라 눈물나게 고마웠다.
그래, 뭐든 물어봐라. 오늘만은 다정하게 대답해주마!!

"이상. 내가 어제 외운거 들어볼래?"
"네. 말해보세요."
"(한국말로) 손목시계.. 향수.. 담배.. (벽을 여기저기 짚으며;) 하얀색.. 빨간색.."
"음;; 문장을 만들어서 외우는게 좋지 않을까요? ;;"
"응. 문장도 문제없어. (한국말로) 담배 피워요? 아니요. 안피워요."
"ㅡ,ㅡ;;;"

그 순간 내 머릿속엔 성태와 강민의 과외 장면이 확 스치고 지나갔다.
하타노는 앞머리 대신에 구렛나루를 만졌다. ;;;

"아, 하나 더 있어. 이건 정말 어려운건데..."
"뭔데요?"
"묭랑조."
"묭랑조???"
"멘타이꼬(明太子)가 묭랑조 아니야?"
"아~ 명란젓;;;"
"응. 어제 제일 힘들게 외운거야. 묭랑조."
"명란젓!"
"묭랑조!"
"명.란.젓."
"묭.랑.족!"
"그런 단어들은 어디서 봤어요?"
"응. 면세점가이드."
";;;;;;"

사무실로 돌아가니 바쁜데 왜 이렇게들 늦게왔냐고 한마디씩 쏘았다.
마지막 금고 체크를 하는데 왕언니가 나를 계속 주시하는데 느껴졌다.
이제 돈 바꾸러 가는 것도 끝이군;;;

퇴근 후 옷 갈아입고 공항 내 우체국을 들르는 길에 우연히 푸딩을 나르는 토모미짱을 보았다. 꺄아~

"마키짱도 오늘 출근이지?"
"응. 지금 코너에 있을거야."
"놀러가자. 놀러가자~"

옷 갈아입고 다시 판매대로 간 적은 없는데.. 푸딩 수레를 끌고서라도 토모미가 가겠다는데 안갈 수가 없었다. ;;;
반찬코너 구석에서 셋이서 막 수다를 떨었다. 다행히 손님도 없고 주위에 사원이라고는 아메미야상 뿐이어서
마음놓고 떠들었다. 그런데 멀리서 왕언니가 느끼한 눈빛으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토모짱. 빨리 가자. 나 들켰어."
"응. 그래. 나도 푸딩 끌고 가야해. 마키짱. 또 봐~~"

집에 가는 길 바람이 찼다. 내일 또 비가 온댄다. 그러고보니 이번 달에는 토요일 일요일 백프로 출근이었다.
그나저나 벌써 4월의 마지막 일요일이라니. 그것보다 하루뿐인 휴일에 또 비가 온다는 게 더 아쉽다.




이젠 정말 끝.  

'언젠가 눌러앉기 > 2004-2006, Japan'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클레임을 막아주는 방패  (0) 2005.04.27
디카를 지르다.  (0) 2005.04.25
어디에도 없는 연인;  (0) 2005.04.23
신입사원과 함께한 휴일  (0) 2005.04.22
오카베의 명강의  (0) 2005.04.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