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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04-2006, Japan

레지사고, 나는 모르는 일!

by 하와이안걸 2005. 4. 19.
4월 19일. 10시 근무.


어제의 피로가 가시기는 커녕 감기가 덜컥 들어버렸는지 목이 아침부터 매우 아프다.
공항에 나가보니 어제 마이너스 5천엔의 레지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나 쉬는 날 일어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확률로 따지면 그닥 위험하지 않은 위치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가지고 일하자!

오늘은 아이란도. 쿠로에(黒江) 언니의 특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쿠로에 언니의 말로는 아이란도에는 두 명의 남자사원이 있는데 (시끄러운 남자와 안시끄러운 나머지;;;)
내가 아이란도에 들어오는 날 그들이 모두 출근할 경우 내가 할 일이란,

1. 시끄러운 남자에게는 삐까리(번쩍이)와 떼까리(반질이) 중에서 어떤 것이 성이고 어떤 것이 이름이냐고 물어볼 것.

2. 안시끄러운 나머지의 배를 만질 것;;;

두 번째는 죽어도 못하겠다고 하자 그럼 1번이라도 꼭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절대 먼저 웃지 말 것을 신신당부하며. 평일 오전이라 손님이 별로 없자
역시나 시끄러운 남자 타마키(玉置)군이 먼저 말을 걸었다.

"어려운 일은 타마키에게 맡겨주세요!"
"네. 근데요..."
"네네네~ 말해봐요~"
"삐까리하고 떼까리 중에서 어떤게 성이고 어떤게 이름이에요?"
"네???"
"그러니까.. 성함이 삐까리 떼까리가 맞아요? 떼까리 삐까리가 맞아요?"
"쿠로에상이 그랬죠? 맞죠?"
"아니에요. 아니에요."
"쿠로에~~~!!!!!!!"

깔깔깔.. 경쾌하게 하루가 시작되었다. 나의 한 마디로 이렇게 모두가 웃을 수 있다면.. ㅠ.ㅠ

점심시간, 도시락을 빼놓고 왔다는 걸 깨달았다. 정신은 어디다 두고 다니는지;;; 밥을 놓고 오다니..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은 도시락 먹기가 살짝 괴롭다. 더 이상 반찬 쌀게 없다. ㅠ.ㅠ
김치는 냄새 난다고 안싸오는게 좋다고 하니 정말 말 그대로 매일 '그 밥에 그 나물'이다.
휴게실에 누구 아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식당에 같이 가자고 했을텐데 오늘따라 아무도 없다.
컵라면으로 대충 때우고 수첩 정리를 했다. 조금 쓸쓸했다.

오후가 되자 사람들이 많아졌다. 오늘따라 아이란도는 한산하고 베카코너에 사람이 바글댔다. 안 불려갈 수가 없었다. 영원한 마음의 고향 베카에서 역시나 진가를 발휘하는 듯;;; 신입사원들 앞에서 펄펄 날아다니며 센베를 팔아댔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베카의 8번 레지부터 닫을 준비를 했다. 퇴근 시간 3분 전. 심장이 두근두근 했다.
그러나... 아메미야상의 묵직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어어어어어어~ 이거 이상하다~"

베카의 모든 사원들이 몰려들었다. 마이너스 3,150엔. 물건 하나 값 딱 떨어진다. 오 마이 갓. 하필 퇴근하기 직전에!!! 나 오늘도 퇴근 못하는 것인가 ㅠ.ㅠ 퇴근 시간. 정신없는 사원들 틈에서 얼른 인사하고 냅다 뛰었다.
사실 그 레지에서 열번도 채 안찍은데다 3천엔 짜리 센베는 판 적도 없으니 이번에도 나는 자신있다! 뛰지말자!;;

집에 오는 길에 신주쿠 페페에서 전화가 왔다. 시계 보증서를 가지고 오라는 전화였다.
어차피 어제 보았던 시계가 눈에 아른아른 거리던 판 잘되었다 하고 신주쿠로 향했다.
보증서 대신 그날의 영수증을 내밀고, 난 앞가게에서 급한대로 싼 시계를 하나 샀다.

저녁으로는 390엔짜리 소바집에서 '한국냉면'이라는 여름 신메뉴를 주문했다. 590엔.
닭가슴살과 김치를 얹은 그럴듯한 냉면 맛이었다. 안그래도 날 더워지면서 냉면 생각이 간절했는데
좋은 메뉴를 찾아내서 너무 기뻤다. 그나저나 냉면을 먹고나니 목은 더 아파진 것 같다.
그러고보니 오늘 밥을 한톨도 먹지 못했다. 약 먹고 얼른 자야지.
이 상태에서 기침까지 나오면 정말 죽고싶을 것 같다.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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