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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04-2006, Japan

반말과 존대말

by 하와이안걸 2005. 4. 16.
4월 16일. 저녁 근무.


일찍 눈이 떠졌다. 날씨도 너무 좋았다. 김짱은 아직 자는데 컴퓨터를 켜기도 그렇고 티비도 볼만한게 없고..
어제 싸둔 도시락을 챙기고 그냥 일찍 나와버렸다. 봄. 그러나 꽃은 다 지고 말았다.
은행에 들러 기계로 여행사에 돈을 부쳤다. 수수료 420엔. 아. 오늘은 토요일이지 ㅠ.ㅠ

시간이 남아서 오오츠카역으로 철길을 따라 걸어갔다. 아, 도서관에 오랜만에 한번 가볼까.
도서관 입구에도 커다란 벚나무가 한그루 있었다. 다 피었으면 정말 예뻤겠구나.
무슨 생각을 하느라 못 보고 지나쳤을까. 도서관에서 만화책을 찾았다.
동네 도서관이라 만화코너가 확실히 작았다. 한권짜리 단편을 찾는데 익숙한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Foods... 내 싸이 주소랑 같았다. 이런 우연이.
내가 그린 만화인양 품에 안고 문을 나서, 공항가는 내내 열심히 읽었다.

"호~이. 이상. 휴일이 4일로 줄었던데 어떻게 된거야?"

무라마츠가 인사 대신 말을 걸었다.

"아.. 저녁 비행기라서 하야방 출근하고 바로 나리타로 가기로 했어요."
"아. 우리야 잘 되었지만 정말 괜찮겠어? 이대로 정말 확정해도?"
"아.. 네. 괜찮아요."
"고마워. 그럼 이대로 출력할게."

아, 왜 안돼요! 라고 말하지 못했을까. 이렇게 마지막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리고... ㅠ.ㅠ

오늘은 고바야시와 단둘이 센베코너이다. 여전히 뻘쭘하게 각자 할일만 하다가 저녁 시간이 되었다.
손님도 없고 딱히 정리할 물건도 없으니 누구든 말을 걸지 않으면 안되었다.
죽어도 먼저 말거는 법이 없는 고바야시에게 일본어 질문으로 운을 띄웠다.

"고바야시군. 어제 광고에 나온 말인데 이건 무슨 뜻이야?"
"아, 그건 말이지..."

매우 흡족한 표정으로 신나게 설명을 했다. 이때다 싶어 그동안 밀렸던 애매한 것들을 다 물어봤다.
의외로 귀찮아하지 않고 성의껏 대답을 해주어서 고마웠다. 거슬렸던 반말찍찍도 맞반말;로 해결했다.
갑자기 말을 놓았음에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사실 며칠 전 휴게실에 한국 남자와 교제중인 카오리짱에게 상담을 했었다.
한국에서는 말놓으라는 말 듣기 전에는 먼저 말놓는 법이 없는데 여기서는 나보다 어린 애들도
처음부터 말을 놓아서 당황스럽다고. 그럴 땐 나도 같이 놓아도 되는거냐고.

"음. 그 사람이 이상을 친하게 생각해서 말을 놓는거 같다면 이상도 말을 놓는게 좋죠.
만약 그런 경우 계속 이상이 존대말을 한다면 서운해할 수도 있는 거거든요.
그러나 친하지도 않고 친해질것 같지도 않은 사람이 계속 반말로 이야기한다면 그냥 이상 편한대로 해요.
지금처럼 존대말로 계속해도 좋을 것 같아요. 어차피 여긴 직장이니까 반말보다는 존대말이 보기에도 좋고.."
"나이 어린 정사원들에게도 반말로 대답해도 되죠?"
"어. 그건 아닌거 같은데요."
"왜요? 정사원이라서?"
"네. 그 사람들은 공항에서 직접 뽑은 대단한 사람들이잖아요. 일적으로도 이상보다 전부 선배들이고..
그 사람들에게는 그냥 존대말을 유지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반말을 듣더라도?"
"네. 정사원은요."

사실 제일 거슬리는 반말이 나보다 어린 정사원 애들의 반말이었는데.. (다카하시, 하타노, 기무라 등등)
그래서 어렵게 상담을 요청했건만 예상을 빗나가고 말았다. 쩝.

여튼 그렇게 해서 슬슬 테스트를 해보고 있다. 일단 고바야시는 성공.
이케다상과도 친해져서 말 놓고 싶은데 말놓자마자 다시 찬바람 쌩~ 불까봐 조심스럽다.
어린 한상도 이케다와 친구처럼 지냈는데 나라고 안될것도 없겠다 싶지만.

머리카락이 점점 뻗치고 있다. 어서 돌아가서 머리부터 이쁘게 다듬고 싶다.
어차피 결정난 휴일. 입금도 완료. 계획이나 빠방하게 짜 보자. 필요했던 물건들, 먹고싶은 음식들,
아! 결혼식을 위한 다이어트!!! 내가 결혼하는건 아니지만. ^^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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