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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04-2006, Japan

친절한 이케다씨

by 하와이안걸 2005. 4. 17.
4월 17일. 저녁 근무.


어제 머리 감자마자 잤더니 아침에 장난아니게 뻗쳐버렸다.
평소처럼 물좀 축이고 로션좀 발라주면 되겠다 싶었는데 오늘은 좀 심하다.
새로 감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을 분위기.

"언니. 그냥 묶지. 날도 더운데.."

김짱 말대로 고무줄을 챙겼다. 아, 시계도 멈추어버렸다. 1월에 산건데 벌써 멈추다니 정말 너무해.
새로 살 생각하니 속이 쓰렸다. 딱히 맘에 드는 것도 없는데 사야하는 건 정말 힘들다.
차라리 시계 있는데 맘에 드는 녀석이 나타나서 하나 더 사도 되는걸까 고민하는 편이 좋았다.
그래서 아직 디카를 못사고 있는지도 모른다.

점심시간. 오늘도 이케다는 지하에 들러 빵과 샐러드를 사갖고 올라왔다.

"이상. 이번달 우리 휴일은 맞는 날이 없으니 언제 저녁이나 같이 먹자. 뭐 좋아해?"
"회전초밥이랑 라멘이요."
"돈코츠(豚骨)라멘도 먹을줄 알아?"
"네. 좋아해요."
"잘 되었다. 언제 우에노에 라멘집에 가자고."
"네."
"근데 워킹 홀리데이라는건 보통 몇년이야?"
"일년이요."
"뭐??????"

이케다는 갑자기 먹던 빵을 놓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워킹 비자가 일년밖에 안되는거였어? 아니 그럼 언제까진거야?"
"12월 중순까지.."
"그럼 한상처럼 한달전에 그만두고 여행다닐거고 그럼 이제 반년밖에 안남은거잖아."

오호. 듣고보니 그렇군.

"비지니스 비자로 바꾸는건?"
"한국에서의 전공이랑 이어지지 않는 이상 거의 힘들어요.
게다가 최근에 한일관계도 나빠지고 해서 가능한 비자 안주려고 한대요."
"하하. 비자를 안주려고 한다.. 아, 그렇구나. 이거 너무 짧은 시간인데? 역시 빨리 놀러다녀야겠어."

일할 때의 이케다와 밥먹을 때의 이케다는 너무 다르다. ;;;
특히나 이렇게 놀러다니는거에 열의를 보이는 이케다는 정말 낯설다. 하지만 싫지 않았다.
점심 시간이 끝나갈 무렵 이케다는 눈을 반짝 뜨며 말했다.

"일본 남자랑 결혼해라. 이상. 그러면 비자 나오는거잖아."
"네??????"
"아, 왜 그 생각을 못했지. 괜히 걱정했잖아!"
"ㅡ.ㅡ;;;"

생각보다 실천력이 강한 이케다. 과연 이 문제를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려들지 궁금해졌다.
그나저나 이케다상. 사람 볼 줄 모르네. 쉽지 않을텐데 ㅡ,.ㅡ;;;;

집에 도착했는데 열쇠가 없다. 저번에 그 난리를 치고나서 집 열쇠와 락커 열쇠를 묶어두었는데 둘다 없어졌다.
밖에서 부시럭부시럭 거리는 소리를 듣고 김짱이 문을 열어주었다. "언니 혹시 열쇠..." 아, 쪽팔려. ㅠ.ㅠ
아니 그것보다 걱정되어 죽겠다. 저번처럼 락커안에 넣고 문을 잠그지 않은걸까? 설마 꽂아둔채로???
혼자 쓰는 것도 아니고 나때문에 괜히 락커 짝;까지 피해가 간다면? (그녀 이름도 이케다다;)
아, 내일 쉬는 날인데 공항가게 생겼다. 열쇠 찾는대로 복사부터 해야겠다.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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