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돌아오니 만감이 교차한다.
내집 같았던 달라스 아파트는 꿈만 같고
지금 사는 빌라가 순식간에 착 달라붙었다.
언제 어딜 갔다왔다는거야? 응? ㅋㅋㅋ
기뻤던 순간은
새언니가 차려준 푸짐한 첫 집밥과
오랜만에 보는 춘수와 순순이의 밝은 미소!
그리고 잊지 않고 반겨준 친구들의 카톡!
안타까운 순간은
아메리칸 드림에 빠진 우리 부부 ㅋㅋㅋㅋㅋ
그리고 미국병을 치료하지 못한 채 취업전선에 나선 남편 ㅠㅠ
끝도 없이 올라간 나의 몸무게 되시겠다.
미국은 좋긴 한데 음식 관리가 너무 어려웠다.
특히 외식을 통해 야채를 충분히 섭취할 일은 제로인데다
바깥 음식은 짜다. 다 짜다. 너무 짜다.
그러면 물을 마셔야하는데 물 대신 나를 유혹하는 음료가 너무 많다.
Chick Fil A 의 밀크쉐이크
스니커즈가 들어간 데어리퀸의 아이스크림
너무 셔서 목을 움켜잡았던 소닉의 레몬슬러시
공차가 생각나는 Fat Straw의 타이티
당당한 촌스러움이 매력적인 남부 커피 PJ
스타벅스의 디카페인 커피와 파운드 케이크
가게에 갈 때마다 오빠가 만들어 준 디카페인 라떼
살은 쪘을지 몰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억들.
그래, 미국에서 먹은 것들은 잊자!
그러나 진짜 문제는 늘어난 위장과 매 순간 당기는 한국 음식들,
한국 시차적응에 실패하면서 벌어진 불규칙한 먹부림이었다.
백종원의 새우버거맛 나는 어묵 토스트
뜬금 없이 김밥도 말아먹었고요
더 뜬금 없이 옛날 도시락 파티;;;
남편이 좋아하는 찜닭에
내가 좋아하는 묵국수를 한방에 만들어먹기도 했쥬
물론 밖에서 사먹기도 했다.
산들해의 이천쌀밥 정식
처음 가본 마마스 브런치 카페
역시 처음 먹어보는 PF 창의 양배추 쌈
정직한 앙금, 대명항 호두과자
2900원짜리 시장표 멸치 칼국수
진심 욕 나올 뻔한 깃대봉 냉면
볼 때마다 먹고 싶은 또순이네 된장찌개
사진을 찍은 게 이 정도일뿐 실제로는 더 어마어마했다.
한끼도 허투로 먹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 부부에게 먹는 귀신이 붙은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들 들면서
다시 절제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목표는 올해 안으로 다시 비우기.
밑바닥까지 비운 뒤 뭘 더 채워야 즐거운 40대가 될 지 생각해 봐야할 것 같다.
그 비움이 운동이 될 수도, 집안 정리가 될 수도 있지만
무엇이어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볍게 어디든 날아갈 수 있도록 몸과 짐을,
무엇보다 걱정부터 비워보기로 한다.
맛있는 음식은 일주일에 한 번만 먹자요 ㅠㅠ
*
그동안 기나긴 미국 여행기를 읽어주시고 댓글로 응원 달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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