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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고/겸손한 엄마의 콘텐츠

엄마가 싸준 여름 반찬

by 하와이안걸 2020. 1. 3.

 

 

시골 엄마의 여름.

산에서 들에서 캔 약초들과

옆집에서 가져다 주는 온갖 푸성귀들로

일감이 저절로 쌓이는 계절이다.

 

 

 

매일 나물을 다듬어 김치와 장아찌를 담그고

자식들이 오면 상에 내고 바리바리 싸주는 엄마의 삶.

서울에 살 때엔 오이지, 마늘장아찌 말고는

이렇게 저장 음식이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강화도에서는 온갖 반찬에 효소들로 남아나는 병이 없다.

 

 

 

다행히도 엄마의 시골 반찬은

늙어가는 자식들 입맛에도 잘 맞는데다

이건 뭐야, 어디서 났어, 어디에 좋아...

엄마와 긴 대화를 하기에도 딱 좋은 소재.

 

 

 

 

 

누름돌도 크기별로 참 많고

 

 

 

 

이게 뭔 줄 알아?

 

 

 

 

 

덜 익은 참외로 만든 장아찌야

 

 

 

 

"오이지처럼 무쳐먹어도 맛있고

피클처럼 그냥 먹어도 향긋하니 맛있지."

 

 

 

 

아, 물론 오이지도 있어

 

 

 

 

고들빼기 같이 생긴 이건?

 

 

 

"씀바귀 김치야.

최대한 연한 씀바귀로 만들어서 많이 쓰지 않을거야.

이건 약이려니 하고 부지런히 먹어."

 

 

 

와, 진짜 하나도 안 질겨!

 

 

 

 

 

고추는 가을까지 차고 넘쳐

 

 

 

집 주변이 모두 고추밭이라

이웃 분들이 나눠주기도 하고

수확이 다 끝나면 주워가라고도 하셔서

엄마는 늘 횡재한 기분으로 이 장아찌를 담그신다.

짜게 삭히기고 하고, 새콤하게 절이기도 하면서.

 

 

 

 

아, 문제의 여름 김장김치 ㅋㅋㅋ

 

 

 

 

https://hawaiiancouple.com/1390

 

엄마의 여름 김장

​작년 초여름. 극도의 슬픔과 불안함에 방황하던 엄마와 나는 갑자기 장사에 꽂혀서 가게를 보러다니곤 했다. 컨셉은 황해도 음식 전문점. 부동산 거래가 뜸해지기 시작했던 때라 가는 곳마다 환영 받았고 하루에..

hawaiiancouple.com

 

 

지난 포스팅에 생중계하듯 올렸던 여름 김장 김치.

아직도 김치 냉장고에 가득 남아있다.

배추를 잘못 샀나 아무리 지지고 볶아도 물러지지 않는 신기한 김치.

맵고 질긴 이 김치는 엄마의 숙제.

 

 

 

그 숙제, 제가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며칠 물에 담가 매운기를 빼고

찹찹찹 썰어서 들기름에 달달 볶아

반찬으로 며칠 먹고,

좀 질린다 싶을 때 냉동실에 소분하여 보관했다.

돼지고기 숭덩 넣고 김치밥을 하거나

청국장찌개에 넣어 먹음 아주 맛있다고!

 

 

 

 

여름엔 이거지!

 

 

 

"이건 진짜 맛있고 귀한 노지부추야!"

"아, 부추김치는 조금만. 남으면 처치 곤란이라서."

"이건 안 남을거야."

 

 

 

장담해

 

 

 

 

익으면 익을수록 매력이 훅 떨어지는 부추김치.

그런데 이건 끝까지 아삭아삭 씹는 맛이 살아있다.

 

 

 

"엄마, 이 부추김치 진짜 신기하게 맛있네!"

"그치? 근데 엄마가 힘들어서 당근이랑 양파를 너무 크게 썰었다. 미안해."

 

 

 

 

 

 

그게 무슨 소리야 ㅠㅠㅠㅠㅠㅠㅠ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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