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이어 왓챠 계정이 생겼다.
자체 신작을 계속 발표하는 넷플릭스와는 다르게
다소 올드한 영화 리스트로 의외의 신선함을 주는 왓챠. ㅋㅋㅋ
그중 나름 신작에 속하는 일드 썸네일을 클릭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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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의 휴식
凪のお暇
なぎのおいとま
나기노오이토마
なぎ [凪] 1. 바람이 멎고 물결이 잔잔해짐. *한자사전에서는 '그칠 지'로 나오지만, 국내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일본 고유 한자. |
나기는 여주인공 이름으로 위와 같은 뜻을 지녔다.
아, 이름부터 성격이 유추되지 않는가. ㅠㅠ
(착하고 성실하며 거절 못하고 당연히 호구흑흑 ㅠㅠ)
いとま [暇] 1. 틈; 짬. 2. 쉼; 휴가; 말미. 3. 해고시킴; 또, 이혼함. 4. 작별함; 물러감. |
틈 가, 겨를 가(暇) 자는 일본에서 히마, 이토마 두 가지로 많이 읽히는데
여기서는 이토마에 오(お)를 붙여
흔히 쓰이는 틈이나 잠깐의 겨를이 아닌,
나기 인생에 있어서 특별한 공백임을 강조한 듯 하다.
이런 주제 면에서는 일드의 고전 롱바케(Long Vacation)와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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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분석을 해 보면,
-신체적 컴플렉스 및 부모의 영향으로 자존감이 낮으며
-수동적인 일과 연애를 자각 없이 이어가고
-은근히 재주 많고 장점 많지만 아무도 모르고;;;
-자유로운 영혼인 서브 남주만 그걸 알아보고 관심을 갖는;;;;;;;
초반부터 고구마 먹이고 시작하는 전형적인 여성 서사 ㅠㅠ
여기에 로맨스 떡밥만 뿌린 채 해피엔딩으로 끝나겠지 싶었는데
나름 신박한 반전과 공감 가는 디테일,
그리고 계절과 공간에 대한 섬세한 묘사로
힐링 드라마, 다시 정주행하고픈 드라마로 마무리 되었다. (우왕 ㅠㅠ)
또한, 이 드라마는 배우들이 아주 좋다.
그 증거로, 명대사 수집가인 내가 이 드라마에서만큼은
화면을 멈추고 대사 메모하는 것을 잊고 말았다.
그냥 화면에 빨려들어가서 몰입, 몰입, 과몰입.....
특히 우리 나기짱.
못생겨야할 땐 확실히 망가지고;;;
빛나야 할 땐 더없이 눈부신 나기 역을
쿠로키 하루만큼 잘 살리는 배우가 있을까 싶다.
(은근 케미요정이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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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드라마로 넘어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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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가 집에 있는 씬의 시작은
늘 매미 소리와 함께 이 아파트의 전경을 보여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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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름여름한 소리와 배경을 볼 때마다
일드 수박에 나오는 해피니스 산차가 떠올랐고!
(그런데 막상 사진을 보니 한참 다르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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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수박과 나기의 휴식 모두 강추!
풀내음 확 느껴지는 진한 녹음에 눈이 시원해질 것이다.
물 소리, 매미 소리는 덤!
다시 드라마로 넘어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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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등장인물과 복잡한 관계가 있고
이 인간 군상들이 얌전히 제 갈길을 가지 않는다 ㅠㅠ
약 먹었나 싶은 사고도 치고
잔인한 말도 서슴 없이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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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꼬이고 꼬인 인간 관계를 보니
이 드라마가 떠오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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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되지 않은 두 쌍의 부부에게 내던져진 리얼 라이프.
그 속에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최고의 이혼.
아직도 나는 저 중 한 명의 결말이 기억나지 않는다;;;
(고작 11화로는 고쳐쓸 수 없는 캐릭터가 하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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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힙한 동네 나카메구로를 배경으로 하는지라
사건의 순간에도, 화해의 순간에도
그들 뒤로는 저 메구로강이 흐른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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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드라마로 돌아와서;;; (돌아가지마;;;)
이 드라마는 분명 나기의 성장 드라마지만
나에겐 자꾸 이 언니가 눈에 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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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도 (수박 외 다수),
섬에서도 (안경 외 다수),
쌩얼에 앞치마만 둘러도 세상 스타일리시했던 미카코상이
멋을 안내는 것으로 모자라
멋을 마이너스로 내고 나온 첫 드라마인 듯 하다. ㅠㅠ
이 두 사람이 만나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연애 과정만큼이나 흡입력이 있었다.
아, 명대사를 굳이 찾자면 이 관계에서 많이 나왔을 것이다.
고로 나는 이 드라마를 버디물로 보고 있으며,
이 관계성을 중심으로 속편이 나오길 고대한다.
(코인란도리 떡밥을 회수하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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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카쿙과 윤손하가 함께 나온 드라마로
다시 찾아볼 만큼의 완성도는 솔직히 아니지만
당시 20대였고, 일본어에 관심이 많던 나로서는
한 회 한 회가 용기가 되었던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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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마치기 전에 (네?)
가장 좋았던 장면을 올려보려고 한다.
(이건 스포가 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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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의 위시리스트를 봐야할 타이밍에
나의 위시리스트가 생겨버렸다.
아, 마키에게 부탁할까 말까... ㅠㅠ
270그램이면 좀 무거운 편이긴 한데...
(자, 이제 나기의 진짜 위시리스트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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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런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피해자라
가해자에게 복수를 하거나 화해를 유도하는 방식이 강요되어 왔다.
그러나 세상만사 쌍방과실.
나기에게도 잘못된 부분은 분명 있었고
이 드라마에서는 그 부분마저 놓치지 않고 돌아볼 수 있도록
충분히 여유를 준다.
어찌 보면 참으로 뻔한 위시리스트지만
그래서 더 담백하게 와닿았던 것 같다.
(남에게 관심을 갖는다라니 ㅋㅋㅋ 너무 찔리잖아 ㅋㅋㅋ)
그리고 나기와 마주치는 장면은 거의 없었지만
너무나 눈부셨던 또 한 명의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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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리셋할 수 있습니다.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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