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리를 잘 못한다.
그래서 무인양품의 수납 용품을 참 좋아했고
미니멀 라이프라는 단어에 자주 설렜다.
엄마도 정리를 잘 못한다.
젊을 때나 지금이나 취미 부자여서
이런저런 짐은 참 많았지만 집이 좁았다. (이하 생략;;;)
작년부터였나.
강화도에 갈 때마다 집이 깨끗하다.
어디에 다 숨긴거야~ 하며 개구지게 옷장과 서랍을 열어보지만
대부분 비어있거나 잘 정돈되어 있어서 멈칫하게 된다.
그뿐인가.
자꾸만 나에게 깨끗한 옷을 물려주려 하고,
화장품이나 생필품은 너희 것만 사라 단호히 이르신다.
왜 그러는거야 도대체!
아빠를 보내보니까 알겠어.
정리하는 게 너무 힘들다는 걸.
친구들이랑도 요즘엔 이런 이야기만 해.
어떻게 해야 깨끗하게 떠날 수 있을까, 하고.
그래서 엄마는,
지금부터 조금씩 준비하려고 해.
(중간중간 딸의 개ㅈㄹ 리액션은 생략;;;)
그날 이후 문득문득...
어지럽고 목메는 감정이 올라왔고,
꿈자리까지 사납거나 요즘처럼 날씨가 고약하면
엄마에게 전화를 걸곤 했다. (전화 싫어함;;;)
수화기 너머로 반가워하는 엄마의 목소리도 잠깐.
엄마 역시 전화가 어색한 사람이라;;;
간단한 안부와 함께 통화는 깔끔하게 종료.
그렇게 걱정하고 잊고, 잊고 걱정하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이 짤을 보고 얼음이 되었다.
그리고 딴딴했던 마음이 아주 조금 녹아내렸다.
이젠 정말 끝.
'길을 걷고 > 그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정한 박수 (0) | 2020.11.02 |
---|---|
가을인사 (6) | 2020.09.13 |
나기의 휴식과 함께한 강제 일드 로케 (4) | 2020.07.21 |
재활의 하반기 (4) | 2020.07.01 |
요코하마행 소포 박싱 2 (부제 : 답장이 왔다 오버!) (4) | 2020.07.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