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선릉으로 돌아왔다.
같은 에이전시, 같은 건물, 같은 시스템, 같은 컨텐츠...
달라진 건 클라이언트 뿐이라 이 정도면 안전하겠지 싶었는데
판.단.미.쓰.
클라이언트가 다르면 그냥 다른 프로젝트여 ㅠㅠ
그래도 여기서 다시 xd도 사용하고, 맥 os도 써 보는 등
조금이라도 스킬이 늘 수 있는 환경이라 만족하기로 했다.
작년에는 무슨 TV 손자병법 찍는 줄 알았거든. (아 옛날사람;;;)
스벅이 하나 추가된 걸 빼면 동네도 거의 그대로다.
하지만 나의 사랑 진국수가 없어졌고 (검색해보니 강남역 쪽으로 이전한 듯)
두레국수가 남긴 했지만 내 입에는 너무 달고 미지근해서
이제 뜨뜻한 면을 먹으러 어디로 가야하나 멘붕에 빠졌다.
그러다 문득
당시에 공금으로 얻어먹었던;;; 촘 비싼 국수집이 떠올랐다.
줄이 너무 길어서 예약을 하지 않으면 갈 수 없던 곳인데
재택 근무자가 많아져서인지 바로 입장이 가능했다.
그래도 만석이었지만.
안동국수, 안동칼국수, 안동국시, 손국시, 손칼국시, 소호정국수...
사실 이런 스타일의 국수를 별로 안좋아했다.
일단 너무 비싸고. 비싼데 고명도 없고. 비싼데 면발에 탄력이 1도 없고.
(쫄깃함이 정성이라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아무리 사골이라도 그렇지 너무 비싸지 않느냐! 했단 말이다.
하지만 평양냉면을 그렇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음을 깨닫고;;; (프롬김팀)
아, 이것도 누군가에게는 소울푸드려니 생각하니 한방 맞은 듯 한껏 낮아졌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경건하게 먹어보고 싶었다.
저는 이제, 풀어진 면도 좋아하거등요. 소화가 잘 되거등요.
특히 이런 국수를 파는 가게는 부추가 정말 중요하다.
반찬으로도 먹고, 국수에 섞여 양념장 역할도 하기 때문인데
김치와 무침의 중간 사이의 숙성이 관건이 아닌가 싶다.
역시나 내가 분노했던 그 비주얼이 맞다. ㅋㅋㅋ
뽀얀 사골 + 전분 국물에 풀어진 면,
그리고 김치에서 제외된 부추 뿌리쪽을 쫑쫑 썰어 고명으로 올린
세상 섭섭한 비주얼.
야무지게 완식.
부추는 한 접시 추가했고, 아쉬운 마음이 들 때쯤
갓 구운 감자전을 냠냠 먹으면서 속을 뜨끈히 달랬다.
진국수만큼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명동교자만큼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차분하게 좋은 서비스를 받으며 겨울의 식사를 하고 싶다면
특히 전이라도 한 장 쏘고싶은 상대가 있다면
충분히 와 볼만한 집이다. 김치도 맛있고.
이날은 막차를 타서 유일한 홀에 나눠 앉게 되었지만,
원래는 미닫이 드륵드륵 닫을 수 있는 입식 룸으로 안내해 주기 때문에
두런두런 약주하시는 어르신들이 참 많다. (이런 건 평냉집과 비슷하네)
업무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고;;;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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