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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고623

엄마의 동네 : 2019 봄 ​부모님은 내가 결혼한 이듬해인 2010년 봄에 강화로 이사를 가셨다.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고 지인이 있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강화도로 이사를 가신다니 자식들은 너무 황당했고 시골 경험이 없는 할머니는 따라가지 않겠다며 고집을 부리셨다. 삼년 안에 다시 서울로 오실 줄 알았다. 그런데 올해가 십년차. 내가 결혼 십년을 유지한 것만큼 놀라운 일이다. ​ ​ ​ ​ ​ ​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앞산이 푸르다. 가을에는 오색 낙엽이 양탄자가 되고 겨울에는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이 반긴다. 불안불안했던 나의 삼십대가 잘 넘어간 것은 강화도에 천천히 뿌리내린 엄마아빠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 ​ ​ ​ ​ ​ ​ 시골살이 경험이 있는 아이의 정서가 어쩌구 저쩌구 이야기하지만 어른의 정서도 바.. 2019. 3. 20.
엄마의 밥상 : 2019 봄 식당에서는 맛이 있건 없건 매번 사진을 찍는데 엄마 밥상은 찍은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너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남겨볼까 함. 만두, 전복, 낙지, 불고기 전골인데;;; 엄마의 반가운 마음이 두서 없이 들어간 것 같아서 볼 때마다 뭉클해진다. 좋아하는 고구마순도 언제나 말려서 철마다 해주시고 호박까지는 볶을 시간이 없어 언젠가부터 데쳐서 나온다. ㅋㅋ (그래도 맛있는 시골 호박) 오른쪽 끝에 푸른 김치는 강화 순무의 어린 잎으로 만든 열무김치로 순무김치보다 더 귀하고 매력적인 음식. 맨 위의 고추장 찌개는 우리집 시그니처 메뉴. 남편이 처음 우리 집에서 밥을 먹은 날 수많은 반찬을 제치고 저 찌개에만 밥을 두 공기 먹었다. 엄마는 이게 무슨 일인가 당황해하고, 할머니는 그 모습을 마음에 들어했다. .. 2019. 3. 20.
엄마의 글씨 : 병풍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하셨던 서예와 십년 전에 시작하신 표구와 병풍. 예전에 만드신 자수 병풍은 어디에 있으려나. ​ 2019년 설날. ​작품이 늘어나면 밑으로 계속 꼬리를 내릴 예정입니다. 이젠 정말 끝. 2019. 3. 20.
로동의 기쁨과 슬픔 프로젝트가 끝났다.정확히는 내 임무가 끝났다.사실 훨씬 일찍 끝날 줄 알았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오픈 직전까지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었다. 사이트 오픈 직전의 숨막힘. 오랜만에 느껴보는 쪼임이었다.그러나 오픈을 해도 들어갈 수 없는 사내 사이트. 매일 같이 그리고 수정하던 화면인데 이제는 구경도 할 수 없다니. 쳇.이런 쿨내나는 이별도 후련하긴 하지만. 내가 맡았던 일은 흥미로운 분야가 아니었다. 프로세스부터 용어까지 전문적이고 까다로왔다.(그래서 나에게까지 기회가 왔지만.)합류하자마자 밥도 못 먹을만큼 고생을 했고그걸 아는 다른 기획자들은 아무도 내 일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도움을 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도움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는 혼자 견뎌야할 시간이 많았다. 설이 지나고 극적으로 퇴사일이 정해.. 2019. 3. 4.
건강이 안건강해 잘 먹던 홍삼을 재주문할까 했으나거침없이 불어나는 몸이 홍삼님이 주신 식욕 때문인 듯 하여잠시 스톱하고 각자 체중 감량 계획을 세웠다. 남편은 새벽같이 일어나 운동을 하고 나는 오랜만에 저탄고지를 시작했다.어차피 같은 메뉴의 도시락 공동체.남편이 나의 식단에 숟가락을 얹으면서그의 생애 최초의 다이어트가 시작되었다. 벼르던 도시락 통도 사고 첨엔 아주 신났음. 샐러드를 대신할 토마토 야채수프도 한솥 가득.(이겁니다요! 스뎅 냄비 세트!!!) 그는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했지만나는 닷새 만에 조퇴를 하고 링거를 맞았다.탄수화물 먹으면 두통이 사라진다기에 죽을 한술 떴더니 정말 거짓말처럼 다 나았다.이런, 쌀 없으면 못 사는 사람.다음 날 본죽 휴면계정을 풀었다. SBS 스페셜에서 간헐적 단식이 재조명.. 2019. 1. 23.
오랜만에 그림 ​ 어떻게 해야 선이 또렷해지는지 어떻게 해야 색을 넣을 수 있는지 저 아이의 앞모습은 어떠했는지 아무 것도 몰라요. 취미도 공부 놀이도 공부 이젠 정말 끝. 2019.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