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눌러앉기336 카오리의 눈물 5월 2일. 8시 근무. 오랜만에 8시 출근이었다. 휴일인데도 평소의 월요일처럼 한산한 오전이었다. 아침을 안먹었더니 너무 배가 고팠다. 10시 휴식시간에 도시락을 먹어야겠다. 휴게실에 들어가니 카오리짱이 과자를 앞에 두고 티비를 보고 있었다. 휴식시간이 20분 뿐이라 얼른 눈 인사만 하고 구석자리로 가서 도시락을 까먹으려는데 카오리가 나를 잡는다. "언니. 혼자 있고 싶지 않아." 자세히 보니 카오리는 울고있었다. 너무 놀라서 왜 그러냐 물었더니 역시나 남자친구 때문에 불안해서였다. 전부터 전화도 먼저 안하고, 메일 답장도 늦는다고 불평을 한 적이 있긴 했다. 밤새 메신저에 나타나기를 기다려도 형이 쓴다는 이유로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도 했다. "하지만 아직 학생이라 카오리도 이해한다고 했잖아. 괜찮아... 2005. 5. 2. 대청소의 날 4월 29일. 휴일. 오늘부터 일본은 골든위크라고 해서, 일주일간 학교고 은행이고 관공서고 다 논다. 다행히 그 첫날 나는 휴일이었다. 지금쯤 공항은 여행 떠나는 사람들로 터져나가고 있을테지. 후후후~;;; 김짱과 내가 둘 다 쉬는 오늘, 전부터 다다미 소독을 하기로 했었다. 6조 다다미방 두 곳에서 생활하는 우리에게 다다미 소독은 필수였다. 약국에 가서 다미(다다미에 사는 벌레) 죽이는 약을 세 통을 샀다. 그리고는 대청소에 들어갔다. 김짱이 바닥청소, 나는 욕실 청소. 집에서도 이렇게 해 본 적이 없는데;; 정말 필사의 노력으로 욕실을 삐까번쩍하게 만들어놓았다. 힘들었지만 정말 보람찬 순간이었다. 아 ㅠ.ㅠ 오후 1시. 김짱은 골든위크를 맞이하여;;; 알바를 2시부터 시작하기로 했단다. 깨끗해진 집안.. 2005. 4. 29. 클레임을 막아주는 방패 4월 27일. 새벽 근무. 오늘도 간만의 새벽 출근에 정신이 없었다. 봄이라지만 새벽은 춥기만 했다. 물을 끓여서 패트병에 넣고, 품에 안고 역으로 향했다. 전차안에서 한숨 자려면 이 뜨거운 패트병이 필수다. 처음에는 추워서 그랬는지 긴장해서 그랬는지 아무리 꽁꽁 싸매도 잠이 오질 않았는데, 이제는 잠바속에 패트병 품고 있으면 딱 알맞게 잠이 온다. 그러나; 너무 깊이 잠든 나머지 역 하나를 지나쳐서 눈을 뜨고 말았다. ㅠ.ㅠ 겨우 한 정거장이지만 새벽의 경우엔 사정이 다르다. 반대편 열차 시간도 봐야하고, 공항가는 모노레일 쾌속을 놓쳤으니 시간 계산도 다시 해야한다. 여튼 그렇게 생쇼를 한끝에 겨우 공항에 도착해서 정말 옷만 갈아입고 매우 안좋은 상태로;; 타임카드를 찍으러 뛰어내려갔다. 아, 아침형 .. 2005. 4. 27. 디카를 지르다. 4월 25일. 휴일. 열차탈선사고. 자는 동안 비가 왔다. 으슬으슬 떨며 일어나서 테레비를 켜니 열차 사고 소식으로 전 채널이 시끌시끌 했다. 간사이 지방인 효고(兵庫)현을 지나던 JR 열차가 탈선해서 맨션을 들이받은 것이다. 지진 하나로도 참 벅찰텐데 이런 대형 사고까지 일어나다니.. 여기도 뭔가 나쁜 기운이 흐르고 있음이 분명하다. 기분 울적해져서 테레비를 끄고 나갈 준비를 했다. 어차피 가을동화도 안할게 뻔하고... 이렇게 추운 날은 차라리 밖으로 나가는게 좋다. 일단 집이 더 춥고 어둡기 때문에 이불 속에서 안나올게 뻔하다. 일어나면 배고프니 밥을 해먹을테고 먹고나면 허전해서 또 우울해지고... 은행에 들러 방세를 내고 전차를 탔다. 아키하바라를 갈 것인가, 유락쵸 비꾸카메라를 갈 것인가. 역시 .. 2005. 4. 25. 한국말, 어렵지.. 4월 24일. 10시 근무. 서울 다녀온 후로 다카하시가 친절하게 대해준다. 얜 정말 한국이 좋은가보다. 쉬는 시간에도 휴게실에 안가고 사무실 컴퓨터로 한국어 강좌를 듣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하려는지 궁금하다. 정말 연세어학당에 가려는걸까? 여튼 머지않아 존대말로 날 찾아오겠지. 하하하;;; 이번 달 미야자와와는 별로 만난 적이 없다. 마치 일부러 안마주치도록 스케줄을 짠 것처럼. 여튼 오늘 오랜만에 미야자와와 마주보며 일을 했다. 인사해도 늘 무시하더니 오늘은 환하게 웃으면서 받아준다. 뭐야! 다들 왜 이렇게 다정해!! 불안해졌다. ;;; 오후에는 하타노랑 지하 금고에 돈을 바꾸러 갔다. 일주일 중 제일 바쁜 일요일 오후. 안그래도 발바닥에 땀나도록 동동거리던 중, 나를 불러준 하타노가 오늘따라 눈물.. 2005. 4. 24. 어디에도 없는 연인; 4월 23일. 10시 근무. "이짱. 여기 온지 몇년이나 되었어?" "4개월." "아직 못가본 곳이 많겠네." "응. 그렇지 뭐." "오늘은 그럼 일본 어디에 가고싶은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성격좋고 귀엽고 날 잘 챙겨주는 아이란도의 구미(久美)는 사실 나보다 7살이나 어리다. ;;; 그러나 늘 언니 행세를 하면서 심지어는 나를 귀여워한다. -_-;;; 내가 맨날 들고다니는 전자사전에 관심이 많고, 세상 연애에 끼어들고 싶어하는 구미짱. 주말인데도 한가한 시간이 많아서 오늘은 구미짱과 이야기를 나눴다. "가보고 싶은 곳 있어?" "음.. 디즈니랜드?" "아~ 정말? 나 25일날 디즈니 씨(sea)에 가는데~" "남자친구랑?" "응! 나는 랜드보다 씨를 좋아해." "연인들은 보통 씨를 많이 가더라." ".. 2005. 4. 23. 이전 1 ··· 46 47 48 49 50 51 52 ··· 5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