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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고623

초이스할 때 정답이 뭔지 알어? 마이클이 앉아서 타자를 치고 있는데, 한글타자를 치고 있어서 아주 서툴다. 투덕거리는데 지원이 들어온다. 마이클 : 오우 지원이누나. 지원 : 웬일이야. (좀 힘이 없다. 자기 자리로 가는) 마이클 : 이거 좀 봐줘. 나 한글로 썼어. 이거 개별연구 플랜이야. (의자를 드르륵 밀고 옆으로 오며) 나 무슨 연구 할건지 알어? 내가 가르쳐줄게. 난 초이스 프로그램을 만들거야. 지원 : (보는) 마이클 : 초이스. 사람들은 언제나 초이스를 해야돼. 그런데 그거 너무 어려워.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생각하면 점점 더 점점 더 어려워져. 지원 : (무뚝뚝하게) 난 니 말이 더 어려워. 마이클 : 오우 이거 아주 이지해. 누나 점심때 뭐 먹고 싶어. 냉면 떡볶이 라면. 칼비. 잘 몰라. 그래서 생각해. 냉면은 맛.. 2015. 10. 27.
한약이 내게 준 것 1 : 없음 여자에겐 흑염소라는 기적의 간증을 하도 들어서 이제 내 차례인가 싶은 마음에 강화에 계신 부모님께 흑염소 섭외를 부탁드렸다. 그리고 며칠 후, 건강원 할아버지가 나를 찾는다는 이유로 강제 소환;;; 신상정보와 사주를 탈탈 털리고 흑염소로 가기 전의 약을 거의 공짜로 구입. ​ 주성분이 마늘인 새알심 크기의 생약. 씹어먹다가 구토를 거듭한 뒤, 수저로 쪼개고 쪼개어 알약처럼 물로 넘기기를 일주일. 할아버지가 말한 몸의 변화는 도통 없고, 땀과 체취를 비롯한 나의 모든 부분이 마늘화 되어갔다. 숨만 쉬어도 마늘 냄새가 난다는 남편의 진단으로,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칩거하기를 열흘. 드디어 약은 졸업했지만 나에게 남은 건 쓰린 속과 오장육부에 스민 냄새. 당분간 지우기는 힘들겠지... (먼 산) ​ 게다가 저.. 2015. 10. 23.
[펀치라이팅 4주차] 글 줄이기 김봉현의 펀치라이팅 2기4주차 과제 - 글 줄이기 1. 원문 옹달샘만 하차시키면 된다? (이승한) 장두석과 이봉원이 1987년 한국방송 에서 선보여 인기를 끈 코너 ‘시커먼스’는 1988년 돌연 폐지됐다. 흑인 비하의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한 일이었다. 얼굴을 검게 칠하고 곱슬머리 가발을 쓴 남자들이 흑인 음악에 맞춰 랩을 하며 스스로 ‘시커먼스’라 칭하는 코너를, 인종주의적 개그가 아니라 말할 순 없는 노릇 아닌가. 흥미로운 건 코너가 폐지된 시점이다. 87년엔 정치적으로 공정했던 코너가 88년에 갑자기 불공정해진 걸까? 그럴 리가. 서울올림픽이 이유였다. 전세계 선수들이 모이는 자리, 혹시 해당 코너를 보고 불쾌함을 느끼는 선수가 있으면 안 되니 급하게 폐지한 것이다. 그건 ‘남들 다 보는 자.. 2015. 10. 21.
환승전쟁 ​ 회사 출퇴근 시 당산역을 이용했는데 이 환승출구의 파란불 격인 연두색 화살표가 쌍방향 모두에게 보여진다는 것을 몰랐다. 어느 날 눈에 보이는 화살표와 엑스 표시만 믿고 다가가는데 반대편에서 급히 오던 한 사람이 내가 찜한 출구에 카드를 찍는 것이 아닌가. 연두색 화살표는 순식간에 빨간 곱표가 되었고 코앞에 서 있던 나는 진로방해 수비수가 되어 승자의 밀침과 비웃음을 받았다. 충격... 그 이후로 환승 시 붐빌 때마다 출구 하나를 마음 속으로 정하고 축지법을 쓴다. 물 위를 걷듯이 구름 위를 걷듯이 패쓰... 이젠 정말 끝. 2015. 10. 19.
남은 백수 이야기 1.5개월 째 노는 중이다.그동안 놀랍도록 인터넷을 하지 않았다.나 같은 구구절절 블로거는 PC가 제격인데! (스마트폰은 커녕 노트북도 안돼!)왜 그동안 PC 앞에 앉지 못했는가.정답은 2번에. 2. 남편이 3개월의 휴가를 마치고 어제부터 출근했다.새 직장이 확정된 후의 마지막 9월은 억지로 놀아준 느낌마저 든다.10월이 되자 스프린터처럼 슝 달려나갔다.그래. 이제 조미료 팍팍 들어간 밥도 사먹고, 출퇴근 길에 몸싸움도 하고 그러려무나.네가 없는 동안 나는 뚱땅뚱땅 집을 바꿔버리겠다. 므흐하하하. 3.이렇게 긴 휴가는 오랜만이었지만 둘이 싸우지 않고 잘 지냈다.집 근처 도서관도 가고, 나름 공부도 하고 책도 많이 읽었다.너무 더웠던 8월에는 카페 도장도 엄청 찍어댔다.둘 다 한약을 먹기 시작했고, 남편은.. 2015. 10. 2.
밥솥 병원 ​​ 우리집 6년차 밥솥이 어느날부터 취사 중 소리가 너무 크게 나서 주말에 서비스 센터를 찾아갔어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수리는 정말 신속하게 해 주더라구요. 마치 저녁밥은 이 밥솥으로 해 드시라는 듯. 그리고 밥솥을 받아든 사람들은 모두 아이를 품듯이 소중히 안고가는 거에요. 밥솥이 새삼 가족같이 느껴지는 하루였습니다. 이젠 정말 끝. 2015.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