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707 파주 두지리 별장매운탕 : 어느 실향민 가족의 맛집 외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외가 식구들은 통일전망대에서 자주 모이곤 했다.자리를 펴고 제삿상도 술상도 아닌 상을 차리고황해도 어딘가의 들녘을 바라보던 식구들의 모습.북녘의 지명이 들어간 노래는 부르고 또 부르던 할아버지.어린 나는 당장이라도 뉴스 카메라가 달려올까봐 조마조마했다. 그때 식구들끼리 가던 민물매운탕 집이 있었는데외식이라면 다 좋았던 시절이었지만 그곳만큼은 예외였다.다행히도 한 두 번 가고는 통일전망대 모임도 끝이 나서자연스레 기억 속에서도 잊혀졌다. 그리고 작년에 산소 관리로 외가 식구들이 파주에 모이면서다시 그곳을 찾게 되었다. 한참을 달리길래 지도를 켜 보니 이거슨 너무나 휴전선 ;;;;;; 그곳은 파주 적성면 두지리 믿기지 않을 만큼 넓고 사람들이 많다;; 그때처럼 메기와 참게를 .. 2019. 3. 20. 엄마의 바느질 : 마더메꼬의 시작 엄마는 항상 나를 보며 옷 좀 사입으라고 했다. 그 말에는 많은 뜻이 들어있었기에 난 항상 발끈하거나 무시하곤 했다. '내 옷이 마음에 안 드나.'를 시작으로 '내 몸이 이런 걸'로 끝나는 비루한 생각회로. 못난 딸은 엄마의 걱정이 비난으로 들렸다. 그래서 엄마는 나랑 옷 사러 가는 걸 가장 좋아한다. 가격도 안본다. 어울리기만 하면 할부로라도 사라고 부추긴다.;;; 어느 날, 모 패밀리세일에 엄마랑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물어보니 그게 뭔진 몰라도 좋은 옷들이 있다면 무조건 간다고 한걸음에 달려오셨다. 70~ 80% 할인 중인 고급 아우터를 뒤로 하고 마리메꼬 매대에서 사이즈 없다고 아쉬워하는 나를 보며 엄마는 충격을 받았다. 가성비 갑의 삶을 살아오신 엄마에게 마리메꼬 원피스는 존재 자체가 충.. 2019. 3. 20. 엄마의 여름 김장 작년 초여름. 극도의 슬픔과 불안함에 방황하던 엄마와 나는 갑자기 장사에 꽂혀서 가게를 보러다니곤 했다. 컨셉은 황해도 음식 전문점. 부동산 거래가 뜸해지기 시작했던 때라 가는 곳마다 환영 받았고 하루에 몇 군데씩 열심히 돌아다녔지만 마음에 탁 드는 가게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메인 메뉴는 김치밥, 녹두전, 만두. 엄마는 장마가 오기 전에 여름 김장을 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가게 계약을 한 후에 하자고 했고 엄마는 그땐 비싸져서 아무 것도 못한다고 했다. 그때의 엄마는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 왜때문에 우리집. ㅎ 농구보다가 갑자기 쪽파를 다듬게 된 남편. 이때 참 많이도 싸웠지. 나도 싫었는데 너도 싫었겠지. 하지만... (뒷말은 생략한다.) 다듬은 재료들과 함께 강화도로 이동. .. 2019. 3. 20. 엄마의 동네 : 2019 봄 부모님은 내가 결혼한 이듬해인 2010년 봄에 강화로 이사를 가셨다.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고 지인이 있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강화도로 이사를 가신다니 자식들은 너무 황당했고 시골 경험이 없는 할머니는 따라가지 않겠다며 고집을 부리셨다. 삼년 안에 다시 서울로 오실 줄 알았다. 그런데 올해가 십년차. 내가 결혼 십년을 유지한 것만큼 놀라운 일이다.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앞산이 푸르다. 가을에는 오색 낙엽이 양탄자가 되고 겨울에는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이 반긴다. 불안불안했던 나의 삼십대가 잘 넘어간 것은 강화도에 천천히 뿌리내린 엄마아빠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골살이 경험이 있는 아이의 정서가 어쩌구 저쩌구 이야기하지만 어른의 정서도 바.. 2019. 3. 20. 엄마의 밥상 : 2019 봄 식당에서는 맛이 있건 없건 매번 사진을 찍는데 엄마 밥상은 찍은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너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남겨볼까 함. 만두, 전복, 낙지, 불고기 전골인데;;; 엄마의 반가운 마음이 두서 없이 들어간 것 같아서 볼 때마다 뭉클해진다. 좋아하는 고구마순도 언제나 말려서 철마다 해주시고 호박까지는 볶을 시간이 없어 언젠가부터 데쳐서 나온다. ㅋㅋ (그래도 맛있는 시골 호박) 오른쪽 끝에 푸른 김치는 강화 순무의 어린 잎으로 만든 열무김치로 순무김치보다 더 귀하고 매력적인 음식. 맨 위의 고추장 찌개는 우리집 시그니처 메뉴. 남편이 처음 우리 집에서 밥을 먹은 날 수많은 반찬을 제치고 저 찌개에만 밥을 두 공기 먹었다. 엄마는 이게 무슨 일인가 당황해하고, 할머니는 그 모습을 마음에 들어했다. .. 2019. 3. 20. 엄마의 글씨 : 병풍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하셨던 서예와 십년 전에 시작하신 표구와 병풍. 예전에 만드신 자수 병풍은 어디에 있으려나. 2019년 설날. 작품이 늘어나면 밑으로 계속 꼬리를 내릴 예정입니다. 이젠 정말 끝. 2019. 3. 20. 이전 1 ··· 63 64 65 66 67 68 69 ··· 28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