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707 여러모로 안 괜찮아요! 5월 6일. 저녁 근무. 잠도 제대로 못자고, 감기약도 다 떨어져서 못먹고, 어제와 별다름없는 초췌한 몰골로 출근을 했다. 건너편의 오카베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걸어왔다. "이짱. 어제일은 말이지, 그쪽 회사에서 재발급 해달라고 전화가 오면 다시 뽑아서 보내주면 끝이야. 이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응? 응.." "이짱은 작은 걸로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는 타입이군. 절대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힘내라구." "응. 고마워." 오카베는 내 팔을 타다다닥;; 몇번 치며 기합을 넣어주더니 자리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위짱이 다가왔다. "어제 일 들었어. 오카베가 걱정 많이 하드라. 실수할 수도 있는거지 뭐. 자기들은 처음에 실수 안하나 뭐?" "응. 고마워." 어떤 말을 들어도 이날 나는 확실히 심각.. 2005. 5. 6. 감기, 시말서, 최악의 하루 5월 5일. 저녁근무. 어린이날. 감기에 걸려버렸다. 목소리도 장난아니고 입맛도 없고 그야말로 최악의 컨디션. 다행히 오늘은 마키가 있는 반찬쪽이었다. 마키랑 떠들면서 일하면 시간도 금방 가겠지.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 ;;; 센베코너로, 아이란도로 쉴새없이 불려가 헤르파(helper ㅡ.ㅡ)가 되어야했다. 오늘은 일본도 어린이날. 어린이를 데리고 유원지나 동물원에를 가야지 왜 공항에 오냐고! 정말 사람이 많았다. 골든위크는 골든위크인가보다. 아이들은 시식용 센베를 먹겠다며 진열장을 기어오르려했고 부모들은 야단을 치는 것도, 일으켜세워 먹이는 것도 아닌 애매한 태도로 우리를 당황스럽게 했다. 처음에는 시식용 센베를 사람들이 먹든 말든 아무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에는 그것조차 마구 눈에 거슬린다;;; 딱 보.. 2005. 5. 5. 푹푹 꺼지는 휴일 5월 4일. 휴일. 새벽에 꿈을 꾸면서 마구 뒤척였다. 그러던 중 옆에서 자던 김짱을 퍽 하고 때리고 말았다. 서로 깜짝 놀라서 잠시 깼으나 모른척 하고 다시 잠들고 말았다. ;;; 일어나니 코가 꽉 막혀있다. 머리가 멍멍하다. 하지만 날씨는 너무 좋다. 빨래해야지, 하고 불끈 일어났다. 세탁기는 현관문 바로 앞 복도에 있다. 복도 너머로 초등학교가 있고 그 사이에는 철조망, 그리고 오래된 벚나무가 서너그루. 한창 예쁜 초록잎이 쑥쑥 자라고 있었다. 학교 운동장에는 달리기 하는 사람, 테니스 치는 사람 등등... 나만 휴일이 아니라는 사실에 괜히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몸이 무겁다. 하루뿐인 휴일이건만 왠지 예감이 안 좋다. 김짱은 자신이 "손수 제작한" 플레인 요구르트를 아침으로 먹고 있었다. 밥 생각.. 2005. 5. 4. 카오리의 눈물 5월 2일. 8시 근무. 오랜만에 8시 출근이었다. 휴일인데도 평소의 월요일처럼 한산한 오전이었다. 아침을 안먹었더니 너무 배가 고팠다. 10시 휴식시간에 도시락을 먹어야겠다. 휴게실에 들어가니 카오리짱이 과자를 앞에 두고 티비를 보고 있었다. 휴식시간이 20분 뿐이라 얼른 눈 인사만 하고 구석자리로 가서 도시락을 까먹으려는데 카오리가 나를 잡는다. "언니. 혼자 있고 싶지 않아." 자세히 보니 카오리는 울고있었다. 너무 놀라서 왜 그러냐 물었더니 역시나 남자친구 때문에 불안해서였다. 전부터 전화도 먼저 안하고, 메일 답장도 늦는다고 불평을 한 적이 있긴 했다. 밤새 메신저에 나타나기를 기다려도 형이 쓴다는 이유로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도 했다. "하지만 아직 학생이라 카오리도 이해한다고 했잖아. 괜찮아... 2005. 5. 2. 대청소의 날 4월 29일. 휴일. 오늘부터 일본은 골든위크라고 해서, 일주일간 학교고 은행이고 관공서고 다 논다. 다행히 그 첫날 나는 휴일이었다. 지금쯤 공항은 여행 떠나는 사람들로 터져나가고 있을테지. 후후후~;;; 김짱과 내가 둘 다 쉬는 오늘, 전부터 다다미 소독을 하기로 했었다. 6조 다다미방 두 곳에서 생활하는 우리에게 다다미 소독은 필수였다. 약국에 가서 다미(다다미에 사는 벌레) 죽이는 약을 세 통을 샀다. 그리고는 대청소에 들어갔다. 김짱이 바닥청소, 나는 욕실 청소. 집에서도 이렇게 해 본 적이 없는데;; 정말 필사의 노력으로 욕실을 삐까번쩍하게 만들어놓았다. 힘들었지만 정말 보람찬 순간이었다. 아 ㅠ.ㅠ 오후 1시. 김짱은 골든위크를 맞이하여;;; 알바를 2시부터 시작하기로 했단다. 깨끗해진 집안.. 2005. 4. 29. 클레임을 막아주는 방패 4월 27일. 새벽 근무. 오늘도 간만의 새벽 출근에 정신이 없었다. 봄이라지만 새벽은 춥기만 했다. 물을 끓여서 패트병에 넣고, 품에 안고 역으로 향했다. 전차안에서 한숨 자려면 이 뜨거운 패트병이 필수다. 처음에는 추워서 그랬는지 긴장해서 그랬는지 아무리 꽁꽁 싸매도 잠이 오질 않았는데, 이제는 잠바속에 패트병 품고 있으면 딱 알맞게 잠이 온다. 그러나; 너무 깊이 잠든 나머지 역 하나를 지나쳐서 눈을 뜨고 말았다. ㅠ.ㅠ 겨우 한 정거장이지만 새벽의 경우엔 사정이 다르다. 반대편 열차 시간도 봐야하고, 공항가는 모노레일 쾌속을 놓쳤으니 시간 계산도 다시 해야한다. 여튼 그렇게 생쇼를 한끝에 겨우 공항에 도착해서 정말 옷만 갈아입고 매우 안좋은 상태로;; 타임카드를 찍으러 뛰어내려갔다. 아, 아침형 .. 2005. 4. 27. 디카를 지르다. 4월 25일. 휴일. 열차탈선사고. 자는 동안 비가 왔다. 으슬으슬 떨며 일어나서 테레비를 켜니 열차 사고 소식으로 전 채널이 시끌시끌 했다. 간사이 지방인 효고(兵庫)현을 지나던 JR 열차가 탈선해서 맨션을 들이받은 것이다. 지진 하나로도 참 벅찰텐데 이런 대형 사고까지 일어나다니.. 여기도 뭔가 나쁜 기운이 흐르고 있음이 분명하다. 기분 울적해져서 테레비를 끄고 나갈 준비를 했다. 어차피 가을동화도 안할게 뻔하고... 이렇게 추운 날은 차라리 밖으로 나가는게 좋다. 일단 집이 더 춥고 어둡기 때문에 이불 속에서 안나올게 뻔하다. 일어나면 배고프니 밥을 해먹을테고 먹고나면 허전해서 또 우울해지고... 은행에 들러 방세를 내고 전차를 탔다. 아키하바라를 갈 것인가, 유락쵸 비꾸카메라를 갈 것인가. 역시 .. 2005. 4. 25. 한국말, 어렵지.. 4월 24일. 10시 근무. 서울 다녀온 후로 다카하시가 친절하게 대해준다. 얜 정말 한국이 좋은가보다. 쉬는 시간에도 휴게실에 안가고 사무실 컴퓨터로 한국어 강좌를 듣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하려는지 궁금하다. 정말 연세어학당에 가려는걸까? 여튼 머지않아 존대말로 날 찾아오겠지. 하하하;;; 이번 달 미야자와와는 별로 만난 적이 없다. 마치 일부러 안마주치도록 스케줄을 짠 것처럼. 여튼 오늘 오랜만에 미야자와와 마주보며 일을 했다. 인사해도 늘 무시하더니 오늘은 환하게 웃으면서 받아준다. 뭐야! 다들 왜 이렇게 다정해!! 불안해졌다. ;;; 오후에는 하타노랑 지하 금고에 돈을 바꾸러 갔다. 일주일 중 제일 바쁜 일요일 오후. 안그래도 발바닥에 땀나도록 동동거리던 중, 나를 불러준 하타노가 오늘따라 눈물.. 2005. 4. 24. 어디에도 없는 연인; 4월 23일. 10시 근무. "이짱. 여기 온지 몇년이나 되었어?" "4개월." "아직 못가본 곳이 많겠네." "응. 그렇지 뭐." "오늘은 그럼 일본 어디에 가고싶은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성격좋고 귀엽고 날 잘 챙겨주는 아이란도의 구미(久美)는 사실 나보다 7살이나 어리다. ;;; 그러나 늘 언니 행세를 하면서 심지어는 나를 귀여워한다. -_-;;; 내가 맨날 들고다니는 전자사전에 관심이 많고, 세상 연애에 끼어들고 싶어하는 구미짱. 주말인데도 한가한 시간이 많아서 오늘은 구미짱과 이야기를 나눴다. "가보고 싶은 곳 있어?" "음.. 디즈니랜드?" "아~ 정말? 나 25일날 디즈니 씨(sea)에 가는데~" "남자친구랑?" "응! 나는 랜드보다 씨를 좋아해." "연인들은 보통 씨를 많이 가더라." ".. 2005. 4. 23. 신입사원과 함께한 휴일 4월 22일. 휴일. 어제 오후부터 개이더니 오늘은 아주 맑았다. 일어나자마자 빨래부터 돌렸다. 수건이 미장원집처럼 한가득이다. 그러고도 한번을 더 돌렸다. 기분이 좋다. 오늘은 김짱 부모님이 오시는 날. 김짱의 부탁으로 12시쯤 집 근처 위클리맨션에 열쇠를 받으러 갔다. 트윈룸 일박에 9,900엔. 비싸긴 하지만 집이랑도 가깝고 부모님 오시면 모시고 가기 딱 좋은 것 같다. 슬쩍 들어가봤는데 시설도 아주 깨끗하고. 돌아오는 길에 야채가게에 들러 파인애플과 단호박, 그리고 김치거리를 샀다. 봄이긴 봄인가보다. 부추, 미나리, 쪽파값이 반으로 떨어졌다. 냉동시켜놓은 파, 마늘로만 만들던 김치. 오늘은 부추와 미나리, 쪽파를 듬뿍듬뿍 넣었다. 김짱이 좋아하는 무채나물도 한통 가득해두었다. 파인애플을 잘라먹으.. 2005. 4. 22. 오카베의 명강의 4월 21일. 새벽 근무. 간만에 새벽에 일어나려니 죽을만큼 힘들었다. 어제 12시 넘어서 잤는데 3시 40분에 일어나려니 당연한 일. 게다가 어제는 귀찮아서 도시락도 싸지 않았다. 김짱이 도시락을 싸기 시작해서 냉장고에 반찬도 제법 있건만 쌀 씻기가 귀찮아서;;; (오~ 너무 쉽게 변해가네~ 오~ 너무 빨리 변해가네~ ㅠ.ㅠ 둥둥두루둥~) 간만에 후쿠다와 단둘이 센베를 팔았다. 이 아이는 점점 다크서클이 심해진다. 건너편 코너에서는 안스럽기 그지없는 후쿠다 얼굴을 보며 쿡쿡대느라 정신들이 없다. "후쿠다군. 눈이 반쯤 감겨있네요." "네. 게다가 오늘 렌즈도 빼먹고 와서 보이지도 않아요." "위험하네." "네. 근데 이상도 많이 피곤해 보이네요. 아직도 힘든가요?" "네. 좀 아까도 금고 체크하는데 쉬.. 2005. 4. 21.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들 4월 20일. 저녁 근무. "이상. 이름이 쥬용이야? ;;;" 출근하자마자 내 타임카드에 적힌 풀네임(ィジュヨン)을 보고 하타노가 말을 걸었다. "네. 원래는 주.영.인데요. 이렇게밖에 쓸수가 없네요." "쥬.용. 맞잖아." "주.영. 이에요." "응. 쥬.용." "(에잇 ㅡ.ㅡ;;;)" "그럼 앞으로 쥬용짱이라고 불러도 돼?" "그건 상관없는데 되도록 발음을 좀 더 정확하게..." "응. 알았어. 쥬용짱." ;;; 오늘따라 하타노랑 일할게 많아서 하루종일 '쥬용짱'이라 불렸다. 그럴때마다 직원들은 쟤가 또 누굴 잘못부르나 두리번 두리번 거렸다. ;;; 잠깐이겠지만 그래도 내 이름을 불러주는 세 번째 사람이다. "하타노상 이름은 뭔데요?" "준이치(潤一)." "아, 주니치 드래곤즈의 주니치?" "그건 주.. 2005. 4. 20. 이전 1 ··· 129 130 131 132 133 134 135 ··· 143 다음